[비즈니스포스트] 한화생명이 3분기에 별도기준으로 순이익이 뒷걸음질했음에도
여승주 대표이사 사장의 염려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순이익 감소는 사실상 보장성보험 매출 증대와 맞바꾼 결과이기 때문이다.
여 사장은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보장성보험 매출 확대에 힘을 실어 왔는데 이런 노력이 점차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보장성보험 매출 확대에 노력한 점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
1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3분기 별도기준 순이익은 855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4.2% 감소했다.
금리상승으로 채권평가이익이 감소하고 사업비가 증가했기 때문인데 한화생명은 사업비 증가와 관련해 보장성보험 상품의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승주 사장은 그동안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대응해 포트폴리오에서 저축성보험 비중은 축소하고 대신 보장성보험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저축성보험은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다. 반면 보장성보험은 설계사 수수료 등 초기 사업비는 많이 들어가지만 새 국제회계기준 아래에서 손익 인식의 핵심 구성요소로 여겨지는 계약서비스마진(CSM)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재무건전성 개선에 보탬이 된다.
계약서비스마진은 보험 계약에 따라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 가치를 말한다.
여 사장은 3분기 성적표를 통해 보장성보험 확대를 위한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한화생명의 3분기(7~9월) 보장성보험의 수입보험료는 1조81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3% 증가했다.
전체 수입보험료가 같은 기간 1.6% 증가한 점과 비교하면 보장성보험 매출 확대가 전체 수입보험료 증가에 큰 보탬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생명은 일반보장성 상품인 ‘시그니처 암보험’ 등의 매출이 증가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보장성보험의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297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납화보험료는 신계약 판매를 통해 거둬들인 모든 보험료를 1년 단위로 환산한 지표로 보험사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여 사장은 앞으로도 보장성보험을 꾸준히 강화해 보험 비중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한화생명은 하반기에 새 암보험 등을 선보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출시한 ‘시그니처 암보험’이 고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만큼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보장성보험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나채범 한화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도 10월31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라 견조한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를 위해 고수익성 일반보장성 중심의 매출 확대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 하락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크게 염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지급여력비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꾸준히 대비하며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의 3분기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157%로 2분기보다 10.7%포인트 낮아졌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가 보험상품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보험업법은 이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선제적 관리 차원에서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