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디스플레이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에 따른 시장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실적 부진을 겪는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중국 부품 줄이기' 기조에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미국 정부의 중국 수출통제 조치에 따라 중국 낸드플래시 반도체업체 제품 사용을 보류하기로 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올레드 디스플레이 등 다른 부품으로도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애플의 공급망에 포함된 한국기업들이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중국 YMTC가 생산하는 낸드플래시를 사용하는 방안을 보류하기로 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장기화 될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한국 부품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애플은 미국 의회의 압박과 미국 상무부의 중국 수출통제 조치를 염두에 두고 지금까지 중국 중심으로 꾸려왔던 부품 공급망(가치사슬)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애플의 공급망에 있는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의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애플은 아이폰에 들어가는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로부터 받고 있다.
중국 BOE는 저렴한 단가를 내세워 2020년 처음으로 아이폰12 리퍼브(수리대체용) 제품부터 올레드(OLED) 패널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애플 내 점유율을 높여왔다.
BOE는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치고 글로벌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업체다. 올레드 디스플레이 기술력도 쌓아올려 한국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BOE는 스마트폰용 올레드 패널 시장에서 2021년 LG디스플레이(3위, 4855만 장)를 제치고 출하량 기준 점유율에서 2위(5622만 장)를 차지한 바 있다.
스마트폰용 올레드 시장 1위는 삼성디스플레이로 점유율 75.4%(4억7475만 장)를 나타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올레드에서는 독보적 입지를 갖고 있지만 스마트폰용 올레드에서는 중국업체에 입지를 위협받는 처지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제재 강화로 BOE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사업영역 확장에도 지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스마트폰용 올레드 디스플레이에서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시장 지위를 회복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미중 갈등이 LG디스플레이에 사업기회를 넓히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전적으로 긍정적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에 대형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공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의 반도체 기술 확보를 막기 위해 미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새로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기조가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전자기기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LG디스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미국의 대중국 제재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중갈등 대응전략 연구 보고서’에서 “미국의 중국 제재는 경제가 안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산업경쟁력 확보가 경제주권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 한다”며 “특히 반도체, 통신장비, 디스플레이, 배터리 분야에서 이런 경향이 심화될 것이다”고 짚었다.
김 연구원은 “특히 중국이 디스플레이 산업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 산업기술 인력유출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업계에서는 중국도 미국기업에 납품하는 가치사슬에 얽혀있는 기업들을 제재하는 ‘맞불’을 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중국 광저우 공장을 돌리는데 있어서 ‘운영의 묘’를 찾아야 상황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전방산업인 TV세트업체들의 판매부진으로 실적에 타격을 받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올해 3분기 영업손실 7600억 원 가량을 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런 부진이 4분기에도 이어져 연간 2천억 원~4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대형 올레드 생산라인의 가동률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수익성 확보를 위해 파주 공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중국 광저우 공장의 생산비중을 조금 더 높게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수익성을 위해서는 인건비와 같은 비용절감을 할 수 있는 중국 공장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야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의 추이를 지켜보며 완급을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글로벌 시장의 경제적 정치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공장 뿐만 아니라 국내 공장도 함께 보유하고 있고 고객사도 다양하게 구성돼 있는 만큼 시장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