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과거에는 짜장면 한 그릇을 배달시켜도 다회용기에 담겨왔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배달음식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쌓여가는 일회용품에 불편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뾰족한 해결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소셜벤처 잇그린 제로웨이스트 앞장, 이준형 배달음식 다회용기 전도사

▲ 다회용기 리턴 서비스 '리턴잇'을 운영하는 이준형 잇그린 대표.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을 비롯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확대되면서 급증한 플라스틱 일회용품 등의 발생을 줄이려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람들의 죄책감을 덜어주면서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는 없을까.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 '리턴잇'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는 소셜벤처 잇그린이 손을 번쩍 들고 나섰다. 잇그린은 2020년 11월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잇그린이 펼치고 있는 리턴잇 플랫폼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비즈니스'와 '딜리버리'가 있다. 비즈니스는 주로 단체급식업체나 영화관 등 용기를 많이 쓰는 기업들에게 다회용기를 제공한 뒤 일괄 수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딜리버리는 배달음식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 음식점에서 리턴잇의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배달하면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는 배달 가방에 붙어있는 QR코드를 찍어 회수를 신청한다. 이후에는 물류업체가 용기를 가져가 공장에서 일괄 세척해 다시 사용한다.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리턴잇을 통해 다회용기에 담긴 음식을 배달받을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와 같은 배달주문 애플리케이션에서 ‘다회용기’탭을 누르면 다회용기를 이용해 배달을 해주는 업체에서 주문이 가능하다. 

다만 아직 일부 지역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서초구, 강남구 일부지역에서 제공되다 9월 말부터 관악구까지 확대됐다. 

경기도에서는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을 통해 용인시 수지구, 화성시 동탄동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리턴잇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일회용품이 많이 쓰이는 야구장에서도 다회용기를 이용할 수 있는 '플레잇' 서비스도 론칭했다. 현재는 잠실야구경기장 한 곳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야구장 내부와 외부에 있는 리턴잇과 계약을 맺은 식음료업체에 음식을 주문할 때 일회용기가 아닌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다.  
 
소셜벤처 잇그린 제로웨이스트 앞장, 이준형 배달음식 다회용기 전도사

▲ 야구장에서도 다회용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레잇' 서비스를 통해 잠실야구장에서 음식을 즐기는 모습. <잇그린 블로그>

불편할까 싶기도 하지만 리턴잇을 이용한 소비자들의 후기를 보면 오히려 편리하다는 평가가 많다. 

리턴잇의 다회용기를 이용하면 음식이 남았더라도 그냥 뚜껑을 덮어 반납하면 된다. 이 때문에 제대로 씻기지도 않는 일회용기를 씻어 분리수거하고 남은 잔반까지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소비자들은 리턴잇의 다회용기가 더 편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리턴잇을 이용하는 음식점 업주들은 일회용품 구매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회용기 재고를 매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용기를 미리 쌓아둘 필요도 없다.

서울 강남구에서 샐러드전문점을 운영하는 업주는 '요기요사장님포털' 블로그에 다회용기를 이용하는 것이 일회용품을 이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가격 면에서도 샐러드드레싱 용기, 빨대, 봉투까지 생각하면 다회용기가 일회용기보다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소셜벤처 잇그린 제로웨이스트 앞장, 이준형 배달음식 다회용기 전도사

▲ 리턴잇이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다회용기. <잇그린 홈페이지>


요기요는 배달앱 가운데 가장 먼저 리턴잇의 다회용기 서비스를 제공했다.

잇그린은 지난해 4월 롯데그룹의 스타트업 육성·투자 회사인 롯데액셀러레이터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준형 잇그린 대표는 리턴잇 사업을 시작한 계기로 자신의 ‘귀차니즘’을 꼽았다.

그는 잇그린 블로그를 통해 “사실 저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소비자라기보다는 귀차니스트에 가깝다”며 “텀블러도 들고 다녀봤지만 사용했던 경험보다 잃어버린 경험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캠페인처럼 용기를 들고 음식을 테이크아웃하는 것도 자주 실천하기는 힘들어서 리턴잇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잇그린을 창업하기 전 에너지업계에서 10여 년 동안 근무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을 주로 맡아왔다.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의 핵심은 플라스틱을 비롯한 각종 쓰레기를 연료로 삼아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폐기물이 많을수록 좋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폐기물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그는 "폐기물을 없애면서 에너지를 만드는 친환경 사업이기도 하고 폐기물이 많을수록 연료를 많이 생산할 수 있어 마냥 좋았다"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폐기물이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폐기물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거나 환경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폐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폐기물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결정적으로 창업을 마음먹은 데는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미쳤다. 

해외에서 일하던 그가 코로나19로 해외에 나가지 못하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파트 놀이터까지 배달로 생긴 쓰레기가 쌓이는 것을 보고 나서 리턴잇을 만들게 됐다.  
 
소셜벤처 잇그린 제로웨이스트 앞장, 이준형 배달음식 다회용기 전도사

▲ 리턴잇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올해 5월까지 리턴잇의 다회용기를 사용함으로써 줄인 일회용품 개수는 40만6800여 개로 이는 나무 134그루를 심은 효과와 같다. <잇그린 홈페이지>

리턴잇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올해 5월까지 리턴잇의 다회용기를 사용함으로써 줄인 일회용품 개수는 40만6800여 개로 이는 나무 134그루를 심은 효과와 같다. 

2021년 기준 서울시에서 사용되는 1회용 배달용기가 월평균 5400만 개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리턴잇이 일회용품 감소에 기여하는 바는 미미하다. 

이 대표는 자신과 같은 귀차니스트들도 쉽고 편리하게 친환경에 나설 수 있다면 제로웨이스트 소비문화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이 대표는 블로그에서 “저와 같은 귀차니스트들도 쉽게 편리하게 친환경 생활을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이용할 것 같다”며 “앞으로 제로웨이스트 소비문화가 확대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리턴잇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