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2-10-13 11: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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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신라젠 최대주주인 엠투엔의 투자 리스크가 마침내 해소됐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운명공동체가 된 신라젠이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 주식거래를 재개했기 때문이다.
서홍민 엠투엔 회장은 정상화 가능성을 인정받은 신라젠을 앞세워 바이오사업 육성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 서홍민 엠투엔 회장(사진)이 관계사 신라젠의 상장폐지 리스크 해소를 계기로 바이오사업 육성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13일 신라젠에 따르면 주식거래 재개를 계기로 엠투엔과 바이오사업 연계를 보다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재경 신라젠 대표는 "당사는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최대주주 엠투엔 및 관계사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연구개발에 매진할 것이다"며 "경영정상화를 이뤄내 오랫동안 회사를 믿고 기다려준 주주들에게 보답할 것이다"고 말했다.
신라젠이 상장폐지 위기를 극복하고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된 데는 서홍민 회장의 도움이 컸다.
앞서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의 횡령 혐의로 2020년 5월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여부 심사를 받아왔다. 거래소는 당시 신라젠에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투자자를 찾을 것으로 요구했다.
이때 신라젠에 손을 내민 것이 엠투엔이다. 엠투엔은 2021년 7월 신라젠과 60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계약을 체결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신라젠의 항암 후보물질 개발 역량을 높이 평가했고 그린파이어바이오, 엠투엔바이오US와 시너지를 고려했다.
비슷한 시기 엠투엔의 우호 재무적투자자인 뉴신라젠투자조합1호가 유상증자를 통해 신라젠에 4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도 했다. 신라젠은 엠투엔을 통해 1천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수혈받은 셈이다.
이런 투자는 서 회장에게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엠투엔이 투자한 600억 원만 해도 2021년 엠투엔 연간 매출 435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엠투엔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신라젠의 ‘뒷배’로 나선 뒤에도 위기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올해 1월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신라젠에 코스닥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곧이어 2월 열린 코스닥시장위원회가 개선기간 6개월을 추가로 부여했으나 만약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최종 판단에서도 상장폐지 결정이 유지된다면 신라젠은 주식시장에서 쫓겨나야 했다. 엠투엔이 보유한 신라젠 지분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엠투엔은 오히려 신라젠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서 회장 자신과 서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대부업체 리드코프도 보유한 엠투엔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을 늘렸다.
이같은 결정이 거래소가 신라젠의 정상화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공산이 크다. 거래소는 12일 신라젠의 주식거래 재개를 결정했다.
엠투엔은 공시를 통해 “의무보유 확약은 당사의 관계회사인 신라젠의 실질심사와 관련해 서홍민 대표이사와 리드코프가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확약서에 따라 진행됐다”고 밝혔다.
다만 신라젠 주식거래가 재개됐다고 해서 모든 과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신라젠을 통한 서 회장의 바이오사업 육성 전략은 이제부터 출발선에 섰다고 봐야 한다.
신라젠은 현재 글로벌 제약사 리제네론과 공동으로 후보물질 ‘펙사벡’의 신장암 대상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위스 바실리아로부터 신규 항암물질 'BAL0891'을 도입하기도 했다. BAL0891은 이미 미국에서 임상1상을 허가받아 연내 임상 시작이 예정됐다.
서 회장은 개발 상황을 물밑 지원하며 후보물질 상용화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엠투엔은 철제 포장용기 드럼과 자동차부품 생산이 주력이지만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2020년 바이오 분야에 진출했다. 현재 미국에 바이오기업 그린파이어바이오, 엠투엔바이오US 등을 두고 있다. 신라젠이 해외에서 임상이나 신규 후보물질 발굴 등을 진행하면서 손발을 맞출 수 있는 기업들이다.
서 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부인인 서영민씨의 동생으로 6월 말 기준 엠투엔 최대주주(18.29%)인 디케이마린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직접 엠투엔 지분 12.10%를 들고 있기도 하다. 또 엠투엔 지분 4.25%를 소유한 리드코프에서도 대주주(15.28%)로 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