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2017년부터 현금으로 바꾸기 쉬운 외화자산을 일정비율 이상 보유해야 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외화가 갑자기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16일 제38차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브렉시트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대외 요인으로 국내 외화자금이 유출되고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문제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외환건전성 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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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38차 거시경제금융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 최상목 차관,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박세춘 금융감독원 부원장. <뉴시스> |
정부는 2017년 1월부터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공식 규제로 도입한다. 그동안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은행의 외화 유동성위험 수준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지표로만 활용됐다.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위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은행에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현금과 외화지급준비금 등 고유동성 외화자산 비율을 미리 설정해놓는 것을 말한다.
일반은행은 이 비율을 2017년 60%를 기준으로 매년 10%포인트씩 상향조정해 2019년 80%로 높여야 한다. NH농협은행과 수협은행, 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은 2017년 40%에서 매년 20%포인트씩 높여 2019년 80%까지 확대해야 한다. 산업은행은 같은 기간 40%에서 10%포인트씩 높여 2019년 60%로 늘려야한다.
정부는 수출입은행과 외국은행 국내지점, 외화부채 규모와 비중이 각각 5억, 5% 미만인 은행에 대해선 규제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금융위원회가 경제위기 등 긴급한 상황에서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비율을 완화할 수 있도록 별도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7월1일부터 은행의 외화차입 여력을 제한하는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국내은행 40%, 외국은행 국내지점 200%로 각각 10%, 50%포인트 확대하기로 했다.
선물환포지션은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보유액 비율로 측정된다. 한도가 낮아질수록 은행들의 외화차입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강영수 금융위원회 금융시장분석 과장은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높이면 은행들이 다룰 수 있는 외화규모가 늘어나 대외여견 변화에 더욱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미국 금리인상 등 자본유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은행들이 선물환 거래를 확대하고 외화자산을 늘려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정부는 23일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연합 탈퇴에 찬성하는 여론이 잔류 지지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팀장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 파운드화는 물론 유로존의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선호하게 될 수 있다”며 “이런 영향으로 원화 약세현상과 함께 국내 금융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탈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손효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