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부부동반으로 5박7일 일정으로 영국, 미국, 캐나다를 방문하기 위해 18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두 번째 해외 순방에 나선다.
윤 대통령은 지난 나토 정상회의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핵실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일본 강제징용 문제 등 굵직한 외교 현안에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한다.
다만 정부 출범 후 외교활동과 관련된 뒷말이 적지 않았기에 이번 해외 순방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실수나 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18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영국, 미국, 캐나다를 차례로 방문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이은 두 번째 해외 방문이다.
윤 대통령은 18일 저녁 찰스 3세 영국 국왕 주최 리셉션에 참석하고 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시신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참배한다. 같은날 저녁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미국 뉴욕으로 이동해 20일 유엔(UN) 총회에서 기조연설에 나선다.
유엔 총회 이틀째인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각각 양자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같은날 저녁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자연사박물관에서 주최하는 리셉션에 참석하고 22일 마지막 순방국인 캐나다로 향해 23일 오타와에서 쥐스탱 트리도 캐나다 총리와 만난다.
김건희 여사는 19일 엘레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과 21일 바이든 대통령 주최 리셉션 등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다. 현지 동포간담회 자리에도 윤 대통령과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해외순방에서 취임 초부터 강조했던 ‘가치외교’의 기반을 다지고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이미지를 굳히는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2일 해외순방 관련 브리핑에서 “(해외순방의 목적은)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경제 외교의 기반을 확대하는 데 있다”며 “윤 대통령은 유엔 기조연설을 통해 국제 현안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 구축에 앞장서는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제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순방의 핵심일정은 한미·한일 정상회담이다. 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외교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특히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따른 우리나라 기업들의 우려를 설명하고 피해를 줄이는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미국 상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산 전기차는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천만 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더라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미 입법절차가 마무리 된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된 상황들을 바꾸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종건 전 외교부 제1차관은 5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입법조치를 서명하는 세레모니를 크게 했다”며 “어떻게 바꿀 수 있나”라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에 관한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일본 닛케이 신문이 13일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후속 대응을 보고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보도했는데 정상회담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제노역 피해자에게 배상을 명령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판결을 집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본이 우려하는 어떤 주권 문제의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지금 깊이 강구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우리 정부가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를 졸속으로 합의하려는 게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611개 시민사회 종교단체로 구성된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반성, 배상을 전제하지 않은 졸속 합의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일본 정부에 즉각적인 사죄와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거두기는 커녕 경험 부족으로 또 다시 논란을 빚을 행보를 보인다면 해외순방은 오히려 지지율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에 애도의 뜻을 표하는 메시지를 작성하면서 Elizabeth 2세를 Elisabeth 2세로 잘못 표기해 비판이 나오자 이를 수정했다.
윤 대통령의 표기 실수를 지적했던 영국 출신 프리랜서 외신기자인 라파엘 라시드는 11일 자신의 SNS에 “많은 사람들이 윤 대통령이 외교를 망칠 것(screw up)을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국내적으로 딱히 빛나는 이미지가 없는 윤 대통령이 국제 외교무대에서 황당한 실수(an embarrassing gaffe)를 범하지 않을까 주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건희 여사가 동행하는 점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김 여사가 지난 나토정상회의에서 착용했던 장신구를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3일 YTN 이슈&피플에서 “제가 (대통령실) 참모라면 절대로 안 가시게 했을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가) 가시는 것부터 여러 가지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도 “지금 김 여사의 대한 부정적 관심이 증폭돼 있는 상황인데 굳이 해외순방을 동행해서 논란을 키울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