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이사가 15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취임 이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에어프레미아 로고를 소개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 |
[비즈니스포스트] “우리는 LCC(저비용항공사)가 아닙니다.”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이사는 15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취임 이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에어프레미아를 이렇게 소개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스스로 정체성을 하이브리드 항공사(HSC)로 내걸고 있다.
하이브리드 항공사는 기내식과 와이파이 제공 등 대형항공사(FSC)의 고품질 서비스와 저비용항공사(LCC)의 합리적 비용을 동시에 갖춘 항공사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에어프레미아가 유일하다.
에어프레미아는 노선도 다른 저비용항공사와 차별화를 두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다른 저비용항공사와 달리 중장거리 노선에 여객기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에어프레미아의 첫 장거리 노선인 인천~미국 로스앤젤레스(LA) 노선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에어프레미아는 10월29일 이 노선에 비행기를 띄운다.
장거리 노선의 확보와 운항은 하이브리드 항공사라는 에어프레미아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다른 저비용항공사들과 차별점을 부각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을 추진하면서 에어프레미아가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과 같은 장거리 노선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두 대형항공사가 합병하면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은 ‘독점노선’이 된다. 이 때문에 신규 사업자가 진입을 원한다면 이용하던 슬롯 등을 내놔야 한다.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 이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대형항공사가 통합하면 뉴욕, 시애틀, 바르셀로나, 장자제, 프놈펜, 팔라우, 시드니로 가는 노선 등 모두 10개 노선을 독점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국내에서는 에어프레미아를 제외하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먼 거리에 여객기를 띄울 여력이 있는 저비용항공사는 없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미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경쟁체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때문에 동남아 항공사가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에 취항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에어프레미아로서는 항공산업 재편이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장거리 노선에서 국적기를 타고 싶지만 대형항공사의 가격대가 부담스러운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를 오롯이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 기존에 아시아나항공에 몰렸던 로스앤젤레스 교민들의 항공수요를 에어프레미아가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프레미아 탄생에 로스앤젤레스 교민사회가 초기 투자자로 나설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에어프레미아는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을 시작으로 2023년에는 유럽에도 여객기를 띄우면서 본격적으로 중장거리 노선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했다.
유럽 가운데 가장 유력한 취항지는 독일과 프랑스다.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4월 인천~독일 프랑크푸르트 노선의 운수권을 확보한 바 있다. 미국에도 로스앤젤레스뿐만 아니라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에 추가로 취항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유명섭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에어프레미아가 창립 초기부터 주력으로 힘써온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 취항을 시작으로 중장거리 노선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5년 뒤에는 매출 8600억 원까지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수선했던 에어프레미아 내부 상황도 정리되고 있다.
앞서 코로나19 위기로 추가 자금의 수혈이 필요해지면서 벌어진 내부 경영권 마찰도 해결 단계에 접어든 모양새다.
에어프레미아 최대주주인 사모펀드운용사 JC파트너스와 박봉철 전 코차이나 회장 사이 출자 자금에 대한 배분 과정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회장 측은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경영권 마찰로 기재 확보 등을 위한 투자 차질이 빚어지거나 문제가 심각해진다면 인가 취소까지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유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유 대표는 “경영권 분쟁은 지나친 시선이다”며 “금융감독원에서도 이와 관련해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놨으며 현재는 기존에 마련된 정관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단계다”고 말했다.
기체 추가 도입 등을 위한 자금 확보에도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유 대표는 “대주주들 사이에서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대주주 사이에서 의견이 충돌하는 것과 투자는 별개의 문제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도입할 항공기 보증금까지 확보해 자금 부담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주주들이 추가 투자에 대한 확신을 줬고 새로운 SI(전략적 투자)를 받을 수 있으며 향후 신규 노선 취항 등을 통해 항공권 예약이 발생하면 선제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에어프레미아 최대주주인 사모펀드운용사 JC파트너스는 에어프레미아 지분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우선협상대상자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