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연말에 내놓으려던 신형 그랜저를 조기에 시장에 투입할까?
신차의 출시시기를 앞당기는 일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기존 모델의 판매량뿐만 아니라 자동차회사의 중장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하반기 신차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신형 그랜저의 조기 투입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차, 그랜저 10월에 투입할까?
13일 자동차업계에서 신형 그랜저가 10월 국내에 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
|
▲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 |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를 예상보다 빨리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는 예전에도 나왔다.
그러자 정진행 현대차 사장이 5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형 그랜저의 조기 출시 계획이 없다”며 “구형 모델부터 팔고 신형은 연말에 출시할 것”이라고 말해 조기 출시설은 한동안 잠잠했다.
하지만 신차 출시를 요구하는 판매 직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하반기 개별소비세 인하혜택이 끝나고 현대차가 판매절벽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시 조기 출시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대차는 7월 초 제네시스 브랜드의 두 번째 모델인 G80을 출시한다. 그 뒤 신형 그랜저를 출시하기 전까지 별다른 신차를 내놓지 않는다.
여기에다가 6월 말에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정책이 종료되면서 당분간 현대차의 내수 판매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특히 내수에서 올해 들어 5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을 2.9%밖에 늘리지 못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 13.5%를 비롯해 다른 자동차회사들이 일제히 두 자릿수 이상 판매량을 끌어올린 것과 대조된다.
이 기간 현대차의 판매가 유독 부진했던 이유로 주력 신차의 부재가 꼽힌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신형 K7과 모하비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고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이 각각 SM6와 신형 말리부를 내놓았다. 이들은 신차효과와 개별소비세 인하효과를 함께 누리며 판매량을 대폭 늘렸다.
반면 현대차가 1월 내놓은 아이오닉은 친환경차라는 한계 때문에 현대차의 판매량 확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영업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판매노조는 지난달 말부터 6월10일까지 판매노조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신차 조기출시 및 신차 라인업 확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들은 서명을 모아 현대차 본사와 남양연구소에 전달하기로 했다.
현대차 판매노조는 경쟁사들이 속속 신차를 내놓고 있는데 현대차는 신차가 부족해 고객들의 관심을 끌 만한 차가 없다고 불만을 보인다.
결국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를 조기에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신차출시 카드 함부로 내놓을 수 없어
그러나 자동차회사가 신차 출시시기를 앞당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장기 판매전략을 짜면서 어느 시기에 어떤 신차를 내놓을지 대략적으로 그림을 그려놓기 때문이다. 신차 출시주기가 짧아지면 신차 개발비용이 그만큼 많이 드는 단점도 있다.
|
|
|
▲ 현대차는 2011년 1월 5세대 그랜저를 출시했다. |
현대차가 신차 출시시기를 계속 앞당기면서 소비자의 불만만 키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현대차의 신차 출시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1998년 4세대 EF쏘나타를 출시했고 6년 만인 2004년 5세대 NF쏘나타를 출시했다. 그 뒤 2009년 6세대 YF쏘나타를 출시했고 4년6개월 만인 2014년 7세대 LF쏘나타까지 출시했다.
쏘나타가 현대차의 주력모델인 만큼 다른 차종에 비해 출시주기가 짧은 편이었지만 여기에서 더 줄어든 것이다.
현대차는 4월 2017년형 쏘나타를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7월 2016년형 쏘나타를 내놨다는 점을 고려하면 3개월이나 빨리 내놓은 셈이다. 2016년형 쏘나타는 나온 지 1년도 되지 않아 구형모델이 됐다.
현대기아차의 신차 출시주기는 이미 다른 글로벌 자동차회사에 비해 짧은 편이다. 일본 토요타와 혼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의 신차 출시주기는 보통 7년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그랜저의 출시시기에 대해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당초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출시하려했던 만큼 당분간 판매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