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올해 상반기에 사상최대 실적을 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체제 후 포스코 내부에서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한 매각논란이 벌어진 상황에서 내놓은 성적표라 뜻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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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
하지만 재무 건전성을 강조하는 권 회장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높은 부채를 낮춰야 하는 데다 새로운 성장동력도 찾아야 하는 등 전 사장이 안고있는 과제는 여전히 무겁다.
6일 대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매출 10조1천억 원과 영업이익이 1628억 원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79% 늘어난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이런 실적은 미얀마 가스전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291억 원이었던 미얀마 가스전 영업이익이 올해 말 167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모그룹인 포스코의 철강제품 판매물량이 지난해 상반기 189만 톤에서 올해 상반기 214만 톤으로 늘어나면서 무역부문 실적도 개선됐다고 한다.
대우인터내셔널의 한 관계자는 “전병일 사장의 적극적 성장전략이 이런 상장세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사장에 취임한 뒤 성장중시 경영을 추구하겠다며 사업영역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자원개발사업에서 안정적 이익을 창출하고 인프라사업과 신수종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상반기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10년 포스코로 인수된 후 그룹 내에서 부정적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높은 부채비율 탓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부채비율은 270%에 이른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3조4천억 원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의 대규모 부채를 안으면서 포스코의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이 때문에 대우인터내셔널의 실적이 호전됐다고 해도 아직 영업이익율 1%는 포스코로서 실망스런 수준이다.
더욱이 시너지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이 여전하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올해 수주한 1조6천억 규모의 알제리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는 현대건설과 협력해 이뤄낸 결과다. 대우인터내셔널의 해외망이 포스코건설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들이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설이 끊임없이 나오도록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권오준 회장이 지난달 25일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등은 어려운 시기에 소중한 캐시카우”라면서 “현재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말해 대우인터내셔널로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완전히 매각 불안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권 회장은 “다만 상황이 변한다면 언제든지 재추할 수 있다” 며 매각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따라서 전 사장에게 올해 실적을 뚜렷히 개선하는 한편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은 절실한 과제다.
전 시장은 하반기 목표를 더욱 공세적으로 잡았다. 하반기를 포함해 올해 매출목표는 20조3천억 원, 영업이익은 3547억 원이다. 전임 사장이 계획한 매출 19조6천억 원, 영업이익 3천억 원보다 더 나아간 것이다.
전 사장은 또 앞으로 석유가스, 광물, 식량자원, IPP(발전)사업 발굴에 1조6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사업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대우인터내셔널의 미래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전 사장은 정통 ‘대우맨’이다. 1977년 대우중공업으로 입사해 폴란드 무역법인 대표와 우즈베키스탄 주재임원 등을지냈다. 2009년부터 대우인터내셔널 영업2부문장으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