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영 기자 doyoung@businesspost.co.kr2022-08-19 16:22:54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 내홍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유승민 전 의원의 존재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 경선에 패한 뒤 사실상 정계를 은퇴했다. 그러나 최근 당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데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연대 가능성이 더해지면서 정계복귀를 전망하는 시선이 힘을 얻고 있다.
▲ 유승민 전 의원의 정계 복귀 여부를 둘러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현직 대통령 측근들과 맞서다 밀려난 공통점을 지닌 두 전직 여권 지도부가 차기 당권 경쟁 구도의 판세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많아진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윤석열 정부 ‘윤핵관’과 내홍 속에서 당원권 정지 징계에 이어 대표직까지 잃었다. 유 전 의원이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친박근혜계와 갈등을 빚다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것과 처지가 비슷하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들에서 두 장외 인사가 보여주는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17일 넥스트리서치가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 전 의원은 19.0%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13.9%, 안철수 의원 13.7%, 나경원 전 의원 12.3%, 김기현 의원 3.9%, 권성동 원내대표 1.0% 등이었다.
10일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조사에서도 유 전 의원은 23.0%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 전 대표 16.5%, 안 의원 13.4%, 나 전 의원 10.4%, 주호영 비대위원장 5.9%, 김 의원 4.4%, 권 원내대표 2.5%, 장제원 의원 2.2% 등이었다.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자세한 상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유 전 의원은 지난 대선을 끝으로 정계 은퇴 뜻을 밝혔고 이 전 대표는 '타의'에 의한 정치권 퇴출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대로 잊혀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다.
하지만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가 자신있게 당권 도전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다른 당권주자들과 달리 약점들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사태 때 탄핵에 찬성해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얻은 ‘배신자 낙인’과 낮은 당원 지지율, 자체 조직부재 등이 아쉬운 상황이다. 이 전 대표는 대표직 상실 발단이 된 성상납 의혹을 둘러싼 수사가 현재진행형이라 운신의 폭이 좁다.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을 두고 무성한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만약 두 사람이 힘을 모은다면 단순 계산으로 단정 짓기 어렵지만 다른 후보들을 웃도는 지지율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가 각각 지닌 강점들을 결합하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유 전 의원은 당원 지지율이 저조해 국민의힘 지지층 내 여론조사에서는 4위에 머무른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당대표직에서 밀려났음에도 아직 상당한 당원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을 합하면 당원 지지율에서도 1위 나경원 의원과 오차범위 내로 격차를 좁힐 수 있다.
또한 수사 리스크가 존재하는 이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유 전 의원이 등판하면 안팎의 논란을 가라앉히고 세를 불리는데 집중할 수 있다.
당사자들도 이러한 구도를 의식한 듯 향후 연대를 추측해볼 만한 말을 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쪽은 이 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18일 SBS뉴스에 출연해 “당의 개혁을 할 수 있는 적임자들이 나오길 바라고 그분들을 지원할 수 있다”며 “지난 전당대회도 누군가를 도와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말에서 적임자로 암시하는 사람은 사실상 유 전 의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이 전 대표를 지지했던 측근들이 점차 곁을 떠났고 안철수 의원, 나경원 의원 등 당권 경쟁 주자들 대부분은 이 전 대표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유 전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스웨덴 팝그룹 ‘아바’의 ‘치키티타’ 노래를 올렸는데 낙심한 친구를 위로하며 재도전하라고 격려하는 내용이라 이 전 대표를 응원하는 의미로 해석됐다. 7월 출판기념회에서는 의혹만으로 중징계를 할 수 없다며 이 전 대표 당원권 정지 결정을 내린 윤리위와 이를 주도한 윤핵관을 비판하기도 했다.
여기에 유 전 의원이 과거 이 전 대표의 ‘정치 멘토’이기도 했던 점도 연대설에 더 힘을 싣는다. 이 전 대표는 대학시절 유 전 의원실 인턴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의원의 ‘배신자’ 이미지 역시 윤 대통령과 윤핵관 주자들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옅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생 경제의 어려움으로 유 전 의원의 ‘개혁 보수’ 이미지는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출신의 경제학자이기도 한 유 전 의원은 보수 인사들 가운데서도 개혁 성향이 강하고 경제에 밝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학자로서 시장친화적 모습을 보이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중도적이고 합리적 보수로 불리기도 한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