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당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기현 의원이 7월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 24 새로운 미래 모임에 참석해 책자를 살펴보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이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에 임명하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 체제 전환을 시작했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행보를 시작하며 비대위 이후 당권 경쟁을 염두에 둔 몸풀기에 들어갔다.
차기 당 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갖게 되는 만큼 당권경쟁도 어느 때보다 치열할 수 밖에 없다. 전당대회가 열리는 시기를 놓고 당권주자들의 셈법이 엇갈려 향후 비대위 활동 기간과 성격 등을 두고 논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김기현 의원은 최원일 전 함장 등 천안함 생존자 200여 명을 초청해 ‘
김기현 의원과 함께하는 이순신 장군의 위기극복 리더십’이란 주제로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상영회를 연다.
김 의원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이날 상영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지만 인사말 영상을 통해 안정적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당권 도전을 향한 활동을 당 밖으로 넓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의원은 6월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새미래)’를 출범시킨 뒤 주기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며 당내 기반을 다져왔다. 김 의원이 주도하는 ‘새미래’에는 40명이 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도 당 대표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드러내며 당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안 의원은 9일 ‘청년세대를 위한 연금 개혁 방향' 토론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이 대중정당으로 자리 잡는 데 역할이 주어진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이번 비대위를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보고 있다.
김 의원은 2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당의 정상적인 리더십을 확립시키는 측면에서 보면 이번 비대위는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형태가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제대로 선출된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비대위원장의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당대회 시점에 관해서는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김 의원은 비대위 활동 기간을 최대한 짧게 줄여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비대위를 장기화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비상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자인하는 셈이다”라며 “(비대위 기간은) 최단기화 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안 의원은 비대위 체제가 연말이나 내년까지도 유지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안 의원은 9일 기자들에게 “개개 정치인이 몇 월에 하는 게 좋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전당대회 개최시점은 9월, 11월, 1월 세 개 정도의 길이 있는데 전적으로 공론화 과정에서 결론이 나올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지 반 년도 되지 않는 만큼 여전히 당내 기반을 갖추고 있어 9~10월 안에 전당대회를 열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당권 행보를 펼칠 시간을 확보한 뒤 당 안팎으로 접촉을 늘려가는 것이 당권 경쟁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대위 방향타를 쥐고 있는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10월 안으로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주장에는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김 의원보다 안 의원 쪽 의견에 가까운 셈이다.
주 비대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개인적으로 (
윤석열정부의) 첫 정기국회, 국정감사, 예산편성을 하는 기간에 여당이 전당대회를 한두 달 가까이하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비판의 소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각자 다른 방법으로
윤석열정부를 지원하며 자신이 당 대표로서 적합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안 의원은 교육, 반도체 등 각종 현안에 관한 의견을 나타내며 ‘정책’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휴가 차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에도 자신의 SNS에 교육부의 학제개편안, ‘칩4’ 가입 등 정책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9일에는 연금개혁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뒤 수해 피해지역을 방문해 국회에서 예산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반면 김 의원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될 확률이 높은
이재명 의원의 '저격수'를 자처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의원은 10일 SNS에 ‘당직자가 비리 혐의로 기소됐을 때 직무를 정지한다’는 민주당 당헌 개정문제를 ‘
이재명 꼼수 개정’이라 규정하며 이 의원을 향해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이 후반기 활동 상임위원회를 이 의원과 같은 국방위원회로 바꾼 것을 두고도 이 의원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김 의원은 전반기에 외교통상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당권주자들이 조금씩 움직이는 가운데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당권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문자 파동으로 권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약화됐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그는 원내대표 자리를 유지하며 주호영 비대위원장 임명에 깊이 관여했다. 또한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비대위에 참여하게 돼 향후 비대위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기전당대회를 주장해왔던 장 의원 역시 당권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장 의원이 주도해 관심을 모았다가 무산된 친윤 의원들의 모임 ‘민들레’도 다시 모임을 추진한다.
모임의 간사를 맡은 이철규 의원은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정상궤도로 올라간 뒤 이달(8월) 하순 즈음에 공부모임을 가능하면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
장제원 의원은 (본인이 지지하는 인물을) 당 대표로 만든 뒤 공천을 좌우하는 핵심역할을 맡으려 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