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은 어쩌다 기업 구조조정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수렁에 빠지게 됐을까?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등에 ‘퍼주기’식 지원을 하다가 구조조정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미 손실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었는데도 끌려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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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 |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은 “산업은행이 STX팬오션(현 팬오션)을 떠안으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향후 2조 원 규모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해 정부에게 손해배상 보장을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경향신문이 8일 보도했다.
홍 전 회장은 2013년 3~4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STX팬오션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지난해 하림그룹에 매각됐다.
홍 전 회장은 STX조선해양의 경우 존속가치를 인정해 채권단 자율협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전 회장이 STX조선해양을 놓고도 부실화 가능성을 인지해 산업은행의 손실을 최대한 줄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
홍 전 회장은 2013년 4월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 지원을 결정했을 당시 서별관회의에서 정부에게 산업은행의 손실 보전과 감사원 감사 등에 대한 면책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을 추진하기 전에 이미 회생 가능성을 낮게 판단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홍 전 회장이 정부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손실보전과 면책을 요청했던 것으로 추측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뒤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에 따라 막대한 손실은 물론 책임론까지 떠안게 됐다.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에 따라 약 2조5천억 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도 조만간 산업은행에 대해 특별감사에 들어가면서 STX조선해양을 비롯한 부실 조선사 관리실태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문제에 대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산업은행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반발도 나온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8일 성명서에서 국책은행 자본확충방안에 대해 “유일호 부총리가 총대를 메고 최경환 전 부총리, 임종룡 금융위원장,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의사결정권자들에게 구조조정 책임론에 대한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2015년 10월부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을 반대했지만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산업은행에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하라고 압박해 왔다고 주장했다.
홍 전 회장도 “지난해 진행된 대우조선해양 지원은 청와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에서 결정한 것으로 시장원리가 애초부터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었다”며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015년 10월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수주전망을 100억 달러로 전제하고 4조2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에 1억3천만 달러 규모의 수주밖에 따내지 못하며 5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보유한 위험노출액도 약 6조 원으로 불어났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여신을 아직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추가로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