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삼성SDS발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 신중한 자세로 돌아섰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방산과 화학계열사 매각 등에서 전광석화 같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상당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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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SDS 주식이 '이재용 주식'으로 불리며 프리미엄이 붙어 있어 합병 등이 추진될 경우 또다시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가격조정 2심 재판에서 패소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는 3일 회사 분할을 검토하고 있지만 합병 등 추가적인 계획은 확정된 사실이 없다는 '어정쩡한' 발표를 했다.
'분할은 한다'는 것은 삼성SDS를 놓고 사업재편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도 '합병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단서를 붙인 것은 그동안 삼성그룹 사업재편 움직임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답변으로 받아들여진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주식매수청구가액 조정소송 2심에서 패소하면서 삼성그룹이 합병 이슈에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 삼성SDS가 삼성물산이나 삼성전자 등과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9.2%를 소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이서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역시 3.9%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나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확보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승계의 자금줄로 활용하거나 주요 계열사와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관측됐던 것이다.
특히 삼성SDS를 삼성물산이나 삼성전자와 합병하게 되면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을 통해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기업가치가 불공정하게 평가됐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삼성그룹이 여론악화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는 '이재용 주식'이란 프리미엄 때문에 고평가 논란도 적지 않았다. 만약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와 같은 방식으로 삼성SDS를 삼성물산 또는 삼성전자와 합병을 추진할 경우 합병비율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삼성SDS는 2009년 삼성특검 당시 이재용 부회장 등 3남매가 지분을 헐값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회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이 삼성SDS를 우선 분할해 놓고 향후 합병을 추진할 시점과 사업시너지라는 명분을 조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S는 삼성그룹이 최근 조직을 효율화하고 불필요한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재편작업을 활발히 추진하는 점에 비춰 사업부문 분할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최근 이재용 부회장 승계에 맞춰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데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