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동통신3사가 알뜰폰사업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이통사는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사업을 할 뿐만 아니라 알뜰폰사업을 하는 사업자에 통신망을 빌려준다. 최근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알뜰폰사업에 진출하면서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위협을 느낀 일선 이통사 대리점들이 반발하고 있어서다.
▲ 이통3사가 알뜰폰사업을 하는 금융사에 통신망을 빌려주는데 일선 이동통신 대리점의 반발에 직면했다. <연합뉴스> |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가 KB국민은행을 상대로 알뜰폰사업 철수하라는 요구를 하면서 동시에 이통사에게도 KB국민은행에 통신망을 대여하지 말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이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처음으로 이통사 대리점의 ‘영업중단’ 가능성까지 꺼내들었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사업 성공으로 다른 금융회사들까지 알뜰폰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일선 이통사 대리점 사이에서는 가입자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번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통사 대리점은 이통사의 영업가이드라인이 있는 데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등의 규제까지 받는 상황에서 대형 금융회사들이 알뜰폰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면 가입자를 뺏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리점은 이통사를 향해 금융사에게 통신망을 대여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면서 압박수단으로 영업중단 카드를 꺼낸 것이다.
신한은행은 7월 초 은행앱 ‘쏠’에서 알뜰폰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알뜰폰사업에 뛰어들었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도 21일 알뜰폰사업자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하며 알뜰폰사업 진출을 앞두고 있다.
KT는 신한은행의 알뜰폰사업에 협력하고 있고 25일부터는 KB국민은행에 알뜰폰사업을 위한 통신망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사업 초기부터 통신망을 빌려주고 있고 SK텔레콤도 9월부터 KB국민은행에 통신망을 대여해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9년 12월 KB국민은행은 알뜰폰브랜드 리브엠을 출시했는데 그 뒤 2년 6개월 만인 2022년 5월 기준 가입자 수 30만 명을 넘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성장은 KB국민은행이 이통사로부터 구매한 망 도매대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의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스마트워치와 같은 고가의 경품을 가입자에게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사업자 없이 단독으로 알뜰폰사업을 할 때에도 이같은 가격을 유지할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KB국민은행이 시장가격을 파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통사로서는 망 대여 고객사인 금융사와 일선 대리점 사이에서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자사 온라인전용몰을 통해 신규가입과 요금제변경 등의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이동통신 가입이 더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기에도 쉽지 않다.
이동통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의 요구에 관해 “이통사는 통신망을 빌려주며 알뜰폰사업자를 고객으로 두고 있는 데다 대리점과는 유통계약으로 얽혀 있는 등 이해관계가 복잡해 특별한 입장을 내기가 현재로선 곤란하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