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하반기 이후 DB하이텍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실적이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가전과 IT제품 생산이 축소돼 가전용으로 주로 쓰이는 아날로그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DB하이텍의 가동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DB하이텍이 주문량을 쌓아 경제 불확실성에도 실적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DB하이텍 반도체 생산 모습.
다만 DB하이텍은 최근 아날로그 반도체 호황기에 생산시설 효율화만으로 대응해 설비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았을뿐 아니라 주문도 많이 쌓아둬 시장의 우려보다 생산 위축이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가전제품 수요 감소에 따라 DB하이텍을 포함한 8인치 웨이퍼 기반 아날로그 파운드리의 공장 가동률이 기존 100% 수준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10%포인트 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호황을 누려 왔던 파운드리 수요에 변곡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PC와 가전, 스마트폰 판매 부진 우려 속에 제조업체들이 재고 조정에 나서게 되면 코로나19가 불러온 반도체 위탁생산 초과예약(오버부킹) 현상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글로벌 8인치 파운드리 공장의 가동률이 올해 하반기에 기존의 90~95%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에 따라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생활가전의 대표적 제품인 TV의 글로벌 연간 출하량이 올해 2억800만 대 가량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0년 2억1천만 대를 기록한 뒤 가장 낮은 수치다.
DB하이텍이 생산하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이미지센서(CIS), 전력관리반도체(PMIC),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아날로그 반도체는 생활가전, 노트북·PC의 디스플레이 등에 쓰이고 있어 가전·IT제품 수요가 줄면 덩달아 주문이 감소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높은 인플레이션과 산업 불황은 2023년 반도체 시장에 먹구름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영국 시장분석기관 퓨처 호라이즌스는 최근 2022년 반도체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6%로 낮춰 잡았다. 2023년 전망치는 -23%에 이를 것으로 바라봤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코로나19 대유행에 글로벌 공급망에서 병목현상이 일어나자 품귀현상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따라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 업체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호황을 누렸다.
그전까지만 해도 반도체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더 미세한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12인치 웨이퍼로 넘어가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 산업은 뒤쳐진 기술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날로그 반도체 품귀현상이 나타나면서 파운드리 시장 안팎에서는 8인치 공정의 증설이나 관련 기업 인수합병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례로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뱅가드(VIS)가 싱가포르에 있는 글로벌파운드리의 8인치 파운드리 팹을 인수한 것도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반면 DB하이텍은 반도체 시장 안팎에서 대규모 증설의 필요성이 제기되는데도 생산효율화 과정(디보틀넥킹)을 통해 투자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알뜰하게 수익성을 높여가는 전략을 구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