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07-15 12: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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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가 2분기에 이어 3분기 실적을 놓고도 긍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다만 두 회사는 겹치는 사업이 적고 놓인 상황도 다른 만큼 TSMC의 3분기 가이던스(실적 전망치) 상향을 삼성전자에 그대로 대입하기 바라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 TSMC의 실적호조에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TSMC가 2분기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자 반도체업종을 향한 투자심리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현지시각 14일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날보다 1.92% 오른 2626.92에 거래를 마쳤으며 15일 국내 대표 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3~5%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기업 주가가 반등하는 것은 올해 하반기 반도체업황이 시장이 걱정했던 만큼 나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TSMC는 하반기까지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이라며 3분기 가이던스로 매출 198억 달러~206억 달러(약 26조~27조 원), 매출총이익률은 57.5~59.5%를 제시했다. 이는 시장기대치인 매출 186억 달러, 매출총이익률 56%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 사전에 리세션(경기침체)이라는 단어는 없는 것 같다. 전 세계가 인플레와 금리 인상이라는 스트레스에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도 놀라운 실적 및 가이던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며 “TSMC의 상황이 이렇게 좋다는 것은 여전히 반도체 수요가 단단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TSMC의 긍정적인 실적 전망은 파운드리 경쟁사인 삼성전자에도 좋은 소식으로 여겨진다.
특히 TSMC의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고성능컴퓨팅(HPC) 매출이 1분기보다 13% 증가했는데 이는 수익성이 높은 데이터센터 수요가 여전히 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메모리반도체도 데이터센터 수요에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그런 만큼 데이터센터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것은 긍정적인 소식으로 읽힌다.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의 3분의 1은 데이터센터에서 나온다.
TMSC는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초점을 두고 생산량을 재배치할 계획”이라며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에 진입했지만 2022년 말까지는 수요가 공급 능력을 여전히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내부. <삼성전자>
하지만 TSMC의 영업환경을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똑같이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시선도 있다.
TMSC의 3분기 실적 전망은 기존 주력 고객사 애플과 AMD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퀄컴 등의 신규 수주도 반영됐는데 삼성전자 파운드리로서는 두 회사 관련 물량을 빼앗긴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퀄컴의 ‘X60’ 통신칩과 고성능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 1세대’ 위탁생산을 맡으면서 선전했는데 하반기에는 스냅드래곤 물량이 TSMC로 넘어갔다.
또 삼성전자는 TSMC와 달리 파운드리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훨씬 커 글로벌 경기침체나 재고량 등에 훨씬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파운드리는 대부분 1년짜리 장기계약이어서 실적 안정성이 높은 반면 메모리반도체는 소매대리점에서 유통되는 물량도 존재하고 수요보다 생산량이 높아지면 단기간에 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다.
이처럼 D램과 낸드플래시는 반도체 업황 변동성이 큰데 하반기에는 수요 감소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대만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는 3분기 글로벌 D램 가격이 10%, 낸드플래시 가격이 5%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에게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증권업계에선 2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6천만 대로 1분기보다 1천만 대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2023년에 출시하는 폴더블폰 출하량도 올해보다 줄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미리 생산량 조절을 통해 재고를 관리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제조, 판매하는 MX사업부를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메모리반도체나 파운드리도 모바일 사업을 통해 얻는 매출 비중이 작지 않다. 따라서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감소가 하반기에도 지속된다면 실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TSMC가 2분기 스마트폰 칩으로 거둔 매출이 1분기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친 점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는 조짐으로 해석된다.
TSMC는 콘퍼런스콜에서 “스마트폰과 PC 등의 제품 수요가 약화되면서 남는 재고를 감축해 재조정하는 데 몇 분기가 더 소요될 것”이라며 “2023년 초까지를 스마트폰 재고 조정 사이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