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HMM > |
[비즈니스포스트] “투자를 하더라도 저희가 돈이 남아서 하는 투자가 아닙니다. 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저희가 미래에 생존하지 못합니다.”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한 뒤 처음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며 한 말이다.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사장은 '투자는 곧 생존'이라는 태도를 보이며 투자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 사장은 이날 향후 5년 동안 모두 1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선박·터미널·물류시설 등 핵심자산에 10조 원을, 선사·친환경 연료·종합물류 등 사업 다각화에 5조 원을 쏟아붓는다. 온라인 플랫폼 구축·운영관리시스템(ERP) 고도화 등 디지털 시스템에도 1500억 원을 투자한다.
이러한 HMM의 투자 계획은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로 여겨진다.
HMM이 10년이라는 오랜 시간 불황의 터널을 지나왔을 뿐만 아니라 7년째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 놓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기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글로벌 해운사들은 공격적 인수합병(M&A)를 통해서 해상운송을 넘어 육상과 항공 물류사업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에 김 사장은 취임한 지 약 3개월 만에 중장기 계획을 내놓으면서 세계적인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김 사장은 민영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는 “투자라는 건 이 회사가 민영화가 되든 관리단 체제이던지 지속가능성을 위해 꼭 필요한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며 “민영화 이슈와는 별개로 투자를 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국가 기간산업이자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아난 HMM을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서는 “국가에 누가 되지 않는 좋은 회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고, 취임 100일 소회를 밝히면서는 “독립적으로 설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단 아래에서 ‘주인 없는’ 회사를 이끌고 있는 탓인지 발언에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김 사장은 민영화에 대한 질문에 “시기나 방법은 대주주들과 아직 논의한 바가 없어서 여기서 얘기하기는 힘들다”고 즉답을 피했다.
주주친화 정책과 관련해서도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김 사장은 “주주가치 제고 문제는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도 “사업적 문제보다는 다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향후 회사를 건전하고 튼튼하게 만들어나가면 자연스럽게 주주가치 제고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이 기대했던 주가부양책인 자사주 매입에 대한 계획은 이날 발표되지 않았다.
최윤성 경영전략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간배당이라든지 자사주 매입을 할 수 있는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며 “내년부터 중장기적으로는 회사의 단기 이익이나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재무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주주총회에 제안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HMM의 주가 하락의 주된 이유로 지목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전환사채(CB) 조기 상환 권리를 행사하겠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성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최 경영전략실장은 "영구 전환사채의 이자가 올라가는 스텝업 조항이 내년부터 2025년에 순차적으로 시작된다"며 "그 시기가 돌아올 때마다 조기상환 청구 권리를 행사할 것이지만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주식 전환권이 우선인 만큼 조기상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김 사장을 비롯한 HMM 경영진의 태도를 두고 온라인 카페와 주식게시판 등에서 소액주주들은 "두루뭉술한 답변"이라며 불만을 털어놨다.
앞서 간담회 개최 소식이 전해지자 HMM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김 사장이 주주친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기도 했지만 결국 발표되지 않아 주주들 불만은 커지고 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