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청년희망통장’을 기억하시나요? 4개월 전 청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정부 주도의 금융상품입니다.
청년희망통장 상품을 재개하느냐에 여전히 관심을 기울이는 청년들이 적지 않지만 시중은행은 그런 관심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시중은행들에게 정부 주도 적금상품은 청년들을 모으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시중은행에게 정부 주도 적금 상품은 어찌보면 계륵일 수 있습니다. 다른 적금 상품과 비교해 남는 것이 적기 때문이죠.
그런데 왜 시중은행들은 정부 주도 금융상품을 계속 내놓을까요?
하나은행은 12일 청년층을 위한 정부 주도 적금 상품인 ‘청년내일저축계좌’를 판매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에서만 판매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는데요, 청년내일저축계좌 역시 하나은행에 큰 이윤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이런 점에서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하나은행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에 경쟁력 있는 조건을 제시해 청년내일저축계좌를 단독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청년내일저축계좌는 수입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했던 청년희망통장과 비교해 가입 대상이 더욱 한정적입니다.
우선 청년내일저축계좌에 가입하려면 신청 당시 기준으로 나이가 만15~39세여야 합니다. 수급자이거나 차상위가구, 가구중위소득 100% 이하에 속해야지만 가입이 가능합니다.
청년 대상자가 매달 납입하는 금액만큼 정부가 적립금을 추가 지원해 줘 목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가입금액은 10만 원 이상 50만 원 이하이고 가입기간은 3년입니다.
하나은행은 기본금리 연 2.0%에 최대 연 3.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합니다.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5.0%의 금리 혜택을 볼 수 있는 셈이죠.
일단 금리가 5%라는 것부터가 은행에는 다소 부담일 것으로 보입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연 3%대 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도 찾아보기 쉬워졌지만 국내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모두 가라앉은 상황에서 금리 2%포인트 차이도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하나은행으로서는 청년희망통장만큼의 흥행은 아니더라도 청년들을 모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카카오나 토스 등 ‘핀테크’ 기업과 경쟁을 벌이게 된 은행으로서는 이런 정부 주도 금융상품이 청년 고객을 끌어모으는 한 가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을 수 있습니다.
금융 플랫폼 관련 역량이 은행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전통은행들은 아무래도 이 부분에서 이미 거대한 플랫폼을 배경으로 하는 핀테크 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죠.
청녕희망통장의 경우 정부는 당초 38만 명 정도가 청년희망통장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상품을 기획했는데 실제로는 7배가 넘는 약 290만 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좀 더 큰 시각에서 보면 하나은행은 '정말로' 청년층을 지원한다는 데 가장 큰 의의를 뒀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아주 '순수한' 의도에서 청년을 돕는다는 결심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취업은 더 어렵고'.
바로 요즘 상황입니다.
청년들이 생계를 이어나가기도 어려운 쪽으로 경제 상황이 바뀌면서 은행은 바로 청년 지원의 '가치'를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기후 위기나 환경 문제에 힘을 쏟는 이유도 결국 '이윤'을 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환경 문제는 공적 영역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심각해졌는데 이를 그대로 두고만 보다가는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져 기업도 이윤을 내기 힘든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새로운 투자대상의 평가에 강제적으로 넣는 움직임이 나오게 됐고 이에 따라 기업들이 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라는 논리죠.
최근 금융권에서 청년층을 위한 적금 상품을 내놓거나 청년을 위한 중장기적 금융지원 정책을 내놓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 놓여 있다는 의견이 금융권에서 나옵니다.
신한금융그룹은 7일 청년층을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직·간접적으로 14조 원 규모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추진 배경으로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국가 및 금융산업 미래성장의 핵심인 청년층을 향한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한 가지 이유이고 청년의 성장이 신한금융그룹의 성장과 떼놓을 수 없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였습니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를 두고 “신한의 청년층 지원 → 청년층 성장 → 신한의 고객 증대 및 성장이라는 선순환을 통한 청년과 신한의 동반성장을 지향한다”고 설명했죠.
하나은행 관계자도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위한 경제적 지원과 든든한 사회 출발 등을 돕기 위해서 청년내일저축계좌 판매에 적극 나서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은행들애 내건 '사회적 책임 실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각도 있습니다.
은행들이 단순히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부 주도 금융상품 판매나 청년 지원에 적극 나서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이 수익을 내기 좋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가 예대마진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은행들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데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