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TSMC 반도체 인력 '뺏고 뺏기는' 공방전, 삼성전자도 영향권

▲ 인털과 TSMC가 인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인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내부. <인텔>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대만 TSMC 출신의 파운드리 분야 전문인력을 영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두 경쟁사들 사이 인력 유출을 두고 본격적으로 공방전이 펼쳐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도 최근 반도체 파운드리 기술 선두기업에 등극한 만큼 후발주자인 인텔이나 인력 충원이 다급해진 TSMC에 인재 유출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미국 IT전문지 더레지스터는 12일 “인텔이 TSMC와 삼성전자에 맞설 수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 경쟁사의 임원과 경영진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에서 31년 동안 일하던 반도체 미세공정 전문 임원과 13년 동안 근무했던 설계기술 전문 임원이 최근 인텔로 소속을 변경한 점이 대표적 사례로 제시됐다.

인텔은 2021년 초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 본격 진출을 선언하고 ‘인텔3’ 등 고객사 반도체 위탁생산에 활용할 첨단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더레지스터는 “인텔은 그동안 TSMC와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수 년째 밀려 빼앗겼던 반도체 생산기술 왕좌를 되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바라봤다.

인텔은 이전에도 TSMC와 대만 UMC 등 파운드리 경쟁업체의 전문인력을 영입한 적이 있고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법인에서 약 13년 동안 일하던 임원도 영입한 적이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인텔이 외부 고객사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를 앞당기려는 목적으로 TSMC 등 경쟁사의 인재 영입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반도체 고객사들이 TSMC에서 인텔로 파운드리업체를 변경하려면 최소 1년에 이르는 기술적 조율 기간이 필요한 만큼 인텔이 초반부터 고객사 수주를 늘리기 쉽지 않다.

그러나 TSMC에서 장기간 여러 고객사와 일하던 핵심 임원이 인텔에 합류한다면 해당 분야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발휘해 인텔을 장기간에 주요 파운드리업체로 도약하도록 기여할 수 있다.

디지타임스는 TSMC 출신 임원이 인텔에 파운드리 생태계 구축을 주도한다면 TSMC에 중장기적으로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인텔이 파운드리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이며 막대한 투자를 예고한 만큼 사업 확대를 위해 TSMC 반도체 전문인력을 영입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인텔과 TSMC의 인력 유출 공방전이 본격적으로 예고된 시점에서 삼성전자도 충분히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 최초로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며 기술 선두기업에 등극한 만큼 인텔뿐 아니라 TSMC도 삼성전자 출신 인재 영입에 눈독을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과 TSMC 반도체 인력 '뺏고 뺏기는' 공방전, 삼성전자도 영향권

▲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1위 TSMC에 크게 밀리고 있지만 오랜 업력과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다양한 고객사 수주 경험을 갖추고 있어 충분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인텔이 2021년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출신 임원을 영입한 사례와 같이 앞으로 삼성전자 출신의 인재 채용을 더 확대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인텔에 인력 유출을 큰 고민거리로 안게 된 TSMC도 단기간에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삼성전자에서 인재 영입을 추진하게 될 이유도 충분하다.

인텔은 세계 1위 시스템반도체기업, TSMC는 1위 파운드리업체로 업계에서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인재 유출을 근본적으로 방지하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수 있다.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기술 경쟁력에 핵심이 되는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지켜내는지가 이들 기업에 모두 중요한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TSMC와 인텔이 삼성전자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신규 생산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인력 채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만한 이유로 분석된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인력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경쟁사 출신의 인재를 영입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인텔과 같은 기업이 외부 인력을 영입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운드리사업 특성상 반도체기업과 고객사의 오랜 신뢰관계 역시 중요한 요소인 만큼 인텔과 같은 후발주자가 쉽게 자리를 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레지스터는 “인텔은 우선 지금 내놓은 반도체공정 도입 계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TSMC와 삼성전자에 실질적 위협이 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