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한항공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경영의 일환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오너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업으로 꼽혔지만 꾸준히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이같은 부정적 시선을 지워가고 있다.
▲ 대한항공이 내놓은 '2022 대한항공 ESG보고서' 표지. |
다만 여성 임원의 비중이 국내 상장기업 평균보다 낮아 앞으로 개선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11일 대한항공의 ‘2022년 ESG 보고서’를 보면 지배구조 개선성과가 두드러진다.
대한항공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에 특히 힘을 주고 있다.
사내·외 이사 12명 가운데 오너일가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1명뿐이다.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9명으로 전체 이사 가운데 사외이사 비중은 75%에 이른다.
조 회장을 제외한 사내·외이사 11명의 면면을 살피면 법무법인 고문, 국제대학원 교수, 경영대학 교수, 한국펀드평가 대표이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도 분리해 2020년 3월부터 이사회 의장은 조 회장이 아닌 정갑영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이전까지는 조 회장이 이사회 의장도 겸임했다.
대한항공은 이사회 안에 여러 위원회를 꾸려 각 위원회에 권한을 나눠줌으로써 사안에 따라 각 분야 전문가인 사외이사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운영 체계도 구축했다.
2022년 5월 기준 대한항공에 마련된 이사회 내 위원회는 모두 5개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ESG위원회, 안전위원회, 보상위원회 등이 있다.
안전위원회를 제외한 4개 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안전위원회는 안전을 담당하는 위원회인 만큼 항공업계를 잘 아는 안전전문가가 필요해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으로 꾸려졌다.
ESG위원회는 2020년 설치된 이후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ESG 관련 이행 사항을 검토하고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이사회 아래에 ESG전담조직인 ESG사무국을 신설해 ESG관리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이같은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통해 최근 3개년 ESG경영평가에서 해마다 등급을 올릴 수 있었다.
2020년 상장기업 ESG평가 및 등급에서 대한항공은 사회부문 A+등급, 환경부문 A등급, 지배구조부문 B+등급을 평가받으면서 '통합등급 A'를 받았다. 2019년 ‘통합등급 B+’를 받았던 것 보다 한 단계 올랐다.
2021년에는 통합등급 A를 받은 것은 1년 전과 같지만 세부지표에서 지배구조부문이 A등급으로 상향됐다.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대한항공으로서는 의미 있는 성과다.
대한항공은 2014년 말 불거진 ‘땅콩회항’부터 2018년 말 ‘물컵 갑횡포’ 논란, 2020년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권 분쟁까지 지난 몇 년 동안 오너일가가 논란의 중심에 서며 대한항공의 지배구조를 두고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컸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해가면서 이같은 의구심을 덜어내고 오히려 ESG 우수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이사회와 임원들의 성별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한항공의 노력은 다소 아쉬운 점을 남기고 있다.
대한항공의 사외이사 9명 가운데 여성은 박현주 이사 1명에 그친다.
박현주 이사는 대한항공의 첫 여성 사외이사다. 그는 뉴욕멜론은행 한국대표로 2020년 3월 대한항공의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대한항공의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를 봐도 전체 87명의 임원 가운데 여성 임원은 박 이사를 포함해 모두 4명으로 4.59%에 불과하다.
이는 올해 1분기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기업분석전문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53개 기업의 여성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임원 가운데 여성 비중은 6.3% 수준으로 조사됐다.
대한항공은 아직은 여성 임원 비중이 낮지만 앞으로 여성 임원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대한항공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공동캠페인인 ‘IATA 25 by 2025’에 동참하며 여성 임원 확대 의지를 보였다.
‘IATA 25 by 2025’는 2025년까지 여성 임원 비중을 25%로 확대하거나 가입연도와 비교해 25% 이상 확대하자는 내용의 캠페인으로 대한항공은 2020년 6월 캠페인에 동참했다.
대한항공 이사들의 임기는 3년으로 아직 대부분 임기가 남은 만큼 다음번 사외이사 선임 때는 여성 사외이사 확보에 더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이사회의 구성원이 성별 혹은 연령 등의 요소로 인해 차별받지 않도록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ESG경영 실천에 더욱 힘쓸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