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디스플레이의 LCD생산라인에서 직원이 제품을 들고 있는 모습. < LG디스플레이 > |
LG디스플레이가 위기에 빠진 LCD 사업구조를 어떻게 개편할까?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면서 공급물량을 대폭 확대하고 있어 TV용 LCD 패널 가격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기존 TV용 LCD 패널 생산라인을 고사양 노트북을 비롯한 고부가 IT용 패널용으로 전환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하이엔드 IT제품에 들어가는 LCD 패널 물량을 확대해 경쟁회사보다 우위에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LCD 사업에서 패널가격 하락으로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경쟁력을 보유한 IT제품군 외에는 단계적으로 LCD 생산을 줄여가겠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TV용 LCD패널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5월 32인치 기준 LCD TV패널 가격은 34달러를 기록해 2021년 같은 기간보다 65% 가량 내려갔다. 또한 올해 5월 55인치 LCD TV패널 가격은 95달러를 나타내면서 1년 만에 57% 가량 떨어졌다.
반면 15.6인치 노트북용 LCD 패널 가격은 같은 기간 23% 가량 하락하는데 머물렀고 27인치 LCD 모니터 패널 가격은 22% 가량 내려가는데 그쳤다.
TV용 패널 가격의 급격한 하락세에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매출 6조4710억 원, 영업이익 380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9%, 영업이익은 92.7% 줄었다.
하이투자증권은 LG디스플레이가 올해 2분기에 매출 6조1천억 원, 영업손실 2950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TV부문보다 하이엔드 IT부문이 LG디스플레이 LCD 사업의 수익성 방어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TV 부문이 IT부문에 비해 실적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일부 라인의 가동률 조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LG디스플레이가 TV용 LCD 패널 공급 비중을 줄이는 것은 수익성 방어에만 필요한 일이 아니다.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TV용 올레드(OLED)를 확산하는 데도 필요하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TV용 LCD 패널 가격 하락세가 지속하면 올레드 TV 세트 수요도 둔화할 수밖에 없다”며 “가격 민감도가 큰 TV 제품 특성상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올레드 TV세트 수요가 LCD 가격 하락에 따라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고 바라봤다.
LCD 패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올레드 패널이 가격경쟁력을 갖추려면 LCD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LCD TV패널 가격 반등에 따른 올레드 TV 패널 수요 회복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하반기 중으로 LG디스플레이의 LCD 사업 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한때 세계 LCD산업을 주도했으나 중국 공세에 밀려 TV용 패널을 중심으로 최근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증권업계에서조차 LG디스플레이의 기업가치를 위해 LCD 사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LCD 업황 전망은 밝지 않다. 중국 경쟁업체들은 중국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LCD 가격 하락에도 가동률을 낮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6월 말 LCD사업에서 완전 철수했다. 이와 달리 LG디스플레이는 매출에서 LCD사업의 비중이 60% 가량으로 여전히 높아 삼성디스플레이처럼 완전 철수를 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디스플레이업계에서는 4년 전처럼 LG디스플레이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 3만438명이던 직원수를 2020년까지 15% 가량 줄이는 인력 감축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공급량을 크게 늘리면서 경쟁이 격화되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 원인이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기존에 추진해온 생산라인 효율화와 제품 중심축 이동으로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