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6일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3나노 양산을 시작해 1세대 GAA는 중국 반도체업체들을 대상으로, 2세대 GAA는 2023년 양산을 시작해 2024년부터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 공급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GAA 공정을 활용한 3나노 양산은 충분히 도전할 이유가 많다”고 말했다.
신기술 게이트올어라운드(GAA)는 반도체를 이루는 구성요소인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이를 제어하는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이다.
채널과 게이트 접촉면이 3면에 그치는 기존 ‘핀펫(FinFET)’ 방식보다 게이트의 통제력이 더 강화돼 전력을 적게 소모하고 성능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누설전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1세대 3나노 GAA 공정이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은 45% 절감되고 성능은 23% 향상됐으며 면적은 16% 축소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TSMC는 3나노에서도 기존 핀펫 공정을 활용하는 안전한 방법을 선택했는데 이 때문에 성능 향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시선이 늘고 있다.
회로 선폭이 미세화될수록 누설전류가 커질 수 있고 발열 등에 취약한데 기존 핀펫 공정으로는 게이트를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TSMC는 3나노 반도체 공정을 N3, N3E, N3P, N3S, N3X 등 5개로 나눠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를 놓고 결국 기술 경쟁력에 자신이 없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증권전문지 시킹알파는 “반도체업계에서 TSMC의 3나노 미세공정에 기대하던 수준의 성능 발전폭은 2026년 2나노 공정에서야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근창 센터장도 “TSMC의 너무 많은 3나노 공정은 그만큼 핀펫으로 3나노를 양산하기 어렵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바라봤다.
만약 TSMC의 3나노가 기대만큼의 성능을 내지 못한다면 삼성전자는 고객 확보 등의 측면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IT매체 WCCF테크는 “퀄컴은 TSMC에 3나노 생산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만약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등의 문제에 직면한다면 삼성전자의 3나노 GAA 공정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TSMC와 삼성전자의 패키징 기술격차가 좁혀질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패키징이란 제조된 반도체를 훼손되지 않도록 포장하고 반도체 회로에 있는 전기선을 외부로 연결하는 공정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공정 미세화에 한계가 오면서 반도체 자체의 성능을 높이기가 쉽지 않아 패키징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TSMC는 독자적 패키징 기술인 통합팬아웃(InFO)과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를 통해 반도체 칩들을 수평으로 배열해 얇은 두께를 유지하면서도 경쟁사보다 집적도를 높이며 기술우위를 유지했다.
▲ 반도체와 반도체패키지기판 구성도. <삼성전기>
하지만 최근 들어 기술 발전으로 반도체패키지 기판의 두께가 얇아지면서 TSMC가 보유한 패키징 기술 경쟁력의 의미가 다소 약해질 것이라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패키지 기판이 얇아진 만큼 반도체 칩(실리콘 다이)을 두껍게 만들 수 있게 돼 그동안 삼성전자가 겪어왔던 칩 발열 문제가 일부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분장 대표이사 사장도 올해 6월 직속 부서로 ‘어드밴스드 패키징사업화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리며 TSMC와 패키징 기술격차를 좁히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경계현 사장은 2020~2022년 삼성전기를 이끌면서 반도체패키지 기판 경쟁력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만큼 삼성전자의 패키징 기술력도 단기간에 끌어올릴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경 사장은 올해 2월 채용행사인 ‘삼성 T&C 포럼’에서 패키징에 집중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설비투자에서도 TSMC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가 건물과 설비 등의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만큼 좀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평택 2공장(P2)에는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라인이 같이 들어가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 완공되는 3공장(P3)도 낸드플래시, D램, 파운드리 순으로 시설 구축이 이뤄지고 있다.
노근창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매출 대비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비중이 각각 88.7%, 30% 이상으로 TSMC보다 높다”며 “첨단공정 수율도 알려진 것보다 훨씬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