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결제됐습니다.”
편의점, 식당, 빵집, 카페 등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이 말이 이토록 반가울 줄은 몰랐다. 살짝 과장을 보태면 직원 목소리에 맑은 배경음악이 깔렸던 것 같기도 하다.
내 손에는 ‘아이폰 11 프로’뿐.
신한카드가 모바일앱 ‘신한플레이’에서 시범 운영하는 ‘터치결제M’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드디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26일 신한카드에 따르면 15일부터 서울 중구 본사에 있는 카페와 일부 매장에서 ‘터치결제M’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에 불편함이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
아이폰 이용자로서 과연 이 서비스가 얼마나 편리한지, 나중에 사용처가 늘어난다면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신한카드 본사 건물을 휘젓고 다녀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약간의 준비작업은 필요했다.
아이폰에 ‘신한플레이’ 앱을 내려받고 메뉴 설정의 ‘카드·결제관리’에 결제카드를 등록했다. 그리고 바로 매장으로 돌진하려 했으나 ‘터치결제’ 항목을 누르자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경고문이 떴다.
신한플레이 앱의 메뉴 설정의 ‘터치결제 설정’에 들어가서 ‘터치결제 사용하기’를 활성화하고 다시 터치결제를 눌렀더니 결제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안내문이 떴다.
내친김에 얼굴인식 기능까지 설정했다.
이제 잠금화면에서 신한플레이 앱을 터치하고(한 번) 홈 화면에 바로 나오는 터치결제 아이콘을 누르면(두 번) 단 두 번 만에 얼굴인식 절차를 거친 뒤 카드결제 화면으로 바뀐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좀 더 빨리 페이결제 화면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었다.
아이폰에서 신한플레이 앱 아이콘을 꾹 누르면 옆에 홈 화면 편집 등 항목과 함께 터치결제, QR·바코드 등 메뉴도 같이 뜨는데 여기서 터치결제를 눌러도 된다. 메뉴설정에서 흔들기 기능을 활성화하면 흔들었을 때 바로 결제화면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단단히 준비를 마치고 신한카드 본사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1층 카페에서 첫 번째 결재를 시도했다.
대부분 알만한 프랜차이즈라 잘 될 것 같았지만 결과는 실패.
다음으로 만만한 편의점을 찾았다. 젤리 1봉지를 들고 계산대로 가서 터치결제 화면을 띄웠으나 역시 실패였다. 직원은 카드로 계산하셔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젤리를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조용히 나왔다.
결국 신한카드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 터치결제 서비스는 직원들만 이용하는 25층 카페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과연 이번엔 될까.
카페 단말기에 붙어 있는 ‘터치결제M’이라는 모듈을 보자 ‘바로 너로구나’ 싶었지만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믿음이 가지 않았다.
▲ 단말기 위의 터치결제M 모듈. 이건 하드웨어형이고 키오스크나 온라인 결제 시스템에는 소프트웨어형이 적용된다. |
음료를 주문한 뒤 아이폰 터치 두 번에 얼굴인식. 그리고 단말기에 아이폰을 갖다 대자 ‘삑’ 하는 소리가 났다.
직원이 돌아서서 주방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이번에는 성공했음을 직감했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 결제 여부를 확인했고 직원은 내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네, 결제됐습니다"라는 말을 들려주었다.
신한 터치결제는 아이폰을 결제 단말기의 어느 쪽으로 놔도 인식이 잘 됐다.
인식 속도도 빨랐다. 결제는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다.
아직은 신한카드만 이용할 수 있지만 다른 카드사와 연동할 수 있는 ‘오픈페이’ 사업이 활성화되면 아이폰 이용자의 선택권도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카드는 아이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페이결제 서비스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편리한 기능 가운데 하나인 페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아이폰 이용자들의 간편결제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국내 스마트폰시장에서 아이폰 이용자는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결제기능이 탑재된 아이폰 케이스와 탈부착형 아이템을 내놨는데 가격이 4만~5만 원 정도로 부담이 작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터치결제M 서비스는 신한플레이 앱만 깔면 되니 아이폰 이용자로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 신한카드가 지난해 내놓은 아이폰 결제 케이스. 가격이 4만~5만 원 정도로 비싸다. |
수수료 문제 등으로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가 이뤄지지 못한다고 가정하면 신한카드가 내놓은 터치결제M 서비스는 충분히 대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얼마나 빨리 많은 가맹점을 확보하느냐가 성공여부의 핵심인 셈이다.
신한카드는 하반기부터 가맹점을 빠르게 넓힌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선 페이결제 선호도가 높은 10대들이 자주 이용하는 PC방이나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가맹점을 늘리기로 했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요금 결제를 어떻게 페이결제 이용 범주에 포함할 수 있을지도 신한카드가 고민해야 할 중요한 사안으로 보인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결제가 안된다면 실물카드, 그리고 그 카드를 넣을 수 있는 케이스가 필요한 지금의 생활방식을 이어가는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증권도 ‘미래에셋페이’라는 아이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따로 스티커가 있어야 한다.
내친김에 미래에셋페이도 써봤다. 을지로에 있는 IBK기업은행 본점에 있는 상점을 방문했다.
▲ 미래에셋페이 태그 단말기가 따로 있어서 여기다 아이폰을 갖다 대면 결제가 된다. |
지난해 10월부터 선보인 미래에셋페이는 신한플레이보다 일찍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사용가능한 곳이 더 많기는 하다.
사용해 보니 결제 속도 등 편의성은 신한플레이만큼 좋았다.
미래에셋페이 역시 가맹점 확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페이 앱을 보면 이용가능 가맹점이라고 나오는 상점이 많이 나타나지만 실제로 미래에셋페이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곳도 있어 아직은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