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준호 기자 junokong@businesspost.co.kr2022-06-24 15:30:35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금리인상기에는 은행주가 '잘 나간다'는 통념이 최근에는 먹히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부실우려와 금융당국의 압박 등 은행을 둘러싼 대외 영업환경이 좋지 않다는 전망이 더 힘을 받으면서다.
▲ 4대 시중은행 로고.
24일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주가를 살펴보면 최근 몇달 사이 주가가 연초 고점 대비 20~30%가량 빠지면서 올해 저점을 계속 새로 쓰고 있는 상황이다.
대장주인 KB금융지주 주가는 22일 종가 기준으로 5만 원선이 뚫린 뒤 이후 5만 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4일에도 4만9천 원으로 마감했다. 종가가 4만 원대로 무너져 내린 것은 2021년 3월 이후 1년3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올해 2월 KB금융 주가는 금리인상과 경기회복 기대감에 6만5천 원대까지 치솟았었는데 불과 4개월 만에 24%가량 빠지면서 연저점을 새로 쓰고 있는 중이다.
다른 은행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의 주식은 모두 올해 최고점과 비교했을 때 적게는 10%대에서 많게는 20%대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은행주는 금리상승기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많은 이자이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7월에도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큰 폭의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은행주들이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이미 '금리수혜"의 기대감이 선반영됐다는 기술적 분석과 함께 경기침체에 따른 대출부실화 우려, 금융당국의 규제 등이 꼽힌다.
우선 원자재 비용 등이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경기침체까지 겹칠 경우 은행 차주들의 건전성 위험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금융주에는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며 "특히 경기는 부진한데 물가만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은 금융주에 치명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대출금리 인상을 통한 과도한 이익추구를 비판하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취약 차주의 금리조정폭과 속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23일에는 "은행은 상법에 따른 주주 이익뿐만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것과 같이 공공적 기능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정부의 기조에 따라 최근 일부 은행이 높아지는 금리에도 오히려 우대금리를 확대하거나 대출금리를 내리는 등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대출 가산금리 인하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순이자마진(NIM) 상승세도 둔화될 여지가 존재한다"고 바라봤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대출부실화에 따른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은행에 충당금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은행 실적에 부정적 방향으로 작용하고 주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간에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건전성 악화 우려 또한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가 더 이상 은행주에 호재로만 작용하기는 어렵다"며 "간간히 방어적 매력이 부각될 수는 있겠지만 은행주 초과상승세가 계속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을 유지한다"고 바라봤다.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