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LCD패널에 이어 세계 올레드(OLED)시장 주도권마저 급성장하는 중국 경쟁사들에 빼앗길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일본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 디스플레이업체가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디스플레이 선두 국가로 도약한 뒤 본격적으로 반도체시장 지배력까지 확보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24일 일본 니케이아시아에 따르면 BOE와 TCL, CSOT(차이나스타) 등 중국 상위 디스플레이업체가 중소형 및 대형 올레드패널 분야에서 빠르게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BOE는 지난해부터 애플에 처음으로 스마트폰용 패널 공급을 시작했는데 올해는 애플 아이폰용 올레드패널 수요에서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공급 물량을 지난해보다 70% 늘려 1억 대에 이르는 패널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신규 모바일 디스플레이 생산공장 증설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케이아시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서 100명 넘는 엔지니어 인력이 BOE로 이동해 중소형 올레드 양산을 도운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 중소형 올레드패널을 공급하며 실적에 큰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BOE의 패널 공급비중 확대는 실적에 직격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BOE가 기술 경쟁력과 생산 능력까지 확충하며 글로벌시장에서 입지를 키워가는 일은 미래 성장성에도 불안요소로 꼽히는 만큼 중국을 적극 견제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TCL과 CSOT는 TV에 쓰이는 대형 올레드패널 양산체계 구축에 성과를 내면서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대형 올레드는 LG디스플레이가 장기간 독점하던 시장이고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퀀텀닷 올레드패널을 통해 진출한 분야인데 중국업체들도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데 가세한 셈이다.
니케이아시아는 중국 패널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10년 만에 한국과 대만을 제치고 세계 LCD시장을 잠식한 상황이 올레드 분야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디스플레이업체들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저가에 패널을 생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중국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탄탄한 수요 기반도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LCD에 이어 올레드패널 시장 주도권마저 중국에 내준다면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 패널업체들의 물량 공세에 따른 공급 과잉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LCD패널 생산을 완전히 중단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비슷한 길을 따르게 될 공산이 크다.
니케이아시아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중국의 공세에 대응해 협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지만 논의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나 지난 10년 가까이 올레드패널 기술 침해 여부를 두고 벌였던 법정공방과 두 회사 경영진의 입장 차이 등이 협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 올레드패널 생산 능력이 충분히 늘어날 때까지 LG디스플레이 올레드패널을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가격 협상에서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니케이아시아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대립하는 사이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앞서나갈 기회를 안게 됐다”며 “한국과 중국 사이 기술 격차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계획대로 LCD에 이어 올레드패널 분야에서 한국을 뛰어넘고 선두 국가에 오르는 데 성공한다면 다음 공략 대상은 반도체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산업을 육성하는 데 분산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지원이 반도체에 집중되기 시작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업체의 경쟁력을 따라잡는 데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니케이아시아는 “전 세계가 한국과 중국기업 사이 올레드 경쟁을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이 중국에 주도권을 내준다면 그 다음은 더욱 중요성이 큰 반도체산업이 위협에 놓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