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주가가 최근 들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철강재 가격이 오르면서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국내 철강산업의 근본적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투자심리를 누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철강전쟁도 당분간 포스코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포스코 주가, 한달 동안 제자리걸음
포스코 주가는 30일 직전 거래일보다 0.24% 떨어진 20만8천 원에 장을 마쳤다.
|
|
|
▲ 권오준 포스코 회장. |
포스코 주가는 올해 들어 4월까지 52%나 오르며 한때 25만 원대를 찍었지만 5월 내내 20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 초 중국정부가 중국 철강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뜻을 내비치면서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회사 주가에 봄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국내 철강회사는 그동안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철강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4월에 “더이상 철강재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포스코가 1분기에 뚜렷하게 개선된 실적을 내놓은 점도 포스코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는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보다 94%나 늘며 확실히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공급과잉과 수요정체라는 근본적 문제가 포스코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철강회사들은 공급과잉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춰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 최근 보스톤컨설팅그룹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그러나 구조조정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오승욱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는 최근 열린 구조조정 관련 세미나에서 “철강, 조선, 해운산업의 업황 사이클이 존재하더라도 과거처럼 호황이 다시 오기를 기대하기는 곤란하다”며 “산업차원의 경쟁력 강화 조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오 파트너는 “국내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면서 구조조정 시기를 놓쳤다”며 “일본이 10년 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철강산업 경쟁력을 제고한 점과 대조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한국의 철강산업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철강을 주로 소비하는 조선이나 자동차, 건설부문의 전망이 밝지 않아 수요가 나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 글로벌 철강전쟁 시작, 한국에 불똥 튈까
미국과 중국의 철강전쟁이 시작되면서 자칫 국내 철강회사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세계적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데 한국산 철강재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
|
|
▲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
미국정부는 최근 중국산 철강재 일부에 400~500%에 이르는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도 중국산 철강재에 대해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 조치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정부는 내부식성 철강재의 경우 한국산에도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앞으로 미국으로 수출하는 일부 내부식성 철강재에 47.8%의 반덤핑관세를 부과받는다. 동국제강 제품에도 8.75%의 반덤핑관세가 부과된다.
포스코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각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어 포스코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정부는 국내 철강회사들의 냉연강판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 철강회사들이 한국에 수출을 늘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내수 비중이 높은 국내 철강회사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미 지난해 한국에서 소비된 철강재 가운데 중국산이 25%에 이르렀다.
글로벌 철강전쟁과 국내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현대제철 주가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30일 현대제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71% 떨어진 4만8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제철 주가는 4월 한때 6만4천 원대까지 올랐으나 5월 들어 5만 원대가 무너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