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등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반도체장비를 확보하는 데 최장 30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대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착공을 앞두고 있는데 반도체장비 조달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2일 “기업들이 반도체장비를 인도받는 데 시간이 지연되고 있어 리드타임(주문 뒤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이 18개월에서 최장 30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반도체장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약 3~6개월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2020년 이후 전 세계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엄격한 국경 통제가 물류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같은 기간 파운드리업체는 강력한 수요를 바탕으로 생산량을 대폭 확대했다. 이 때문에 반도체장비 인도 기간은 12~18개월까지 늘어났다.
올해 들어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확보 문제까지 겹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간 생산량이 고정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제외한 모든 반도체장비의 인도 기간이 18~30개월까지 지연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심자외선(DUV) 장비 부족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예상됐다.
메모리반도체에서는 생산능력의 90% 이상이 심자외선(DUV) 공정을 채용하고 있으며 파운드리에서도 5나노 이하의 최첨단공정이 아닌 구공정은 대부분 DUV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기존에는 글로벌 파운드리 생산량이 2022년과 2023년 각각 13%, 1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하지만 반도체장비 인도 지연을 고려하면 성장률은 8%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장비 수급이 어려워지면 삼성전자의 대규모 증설 일정도 지연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인 평택 P3 라인은 올해 하반기에 완공된 뒤 2023년 상반기 가동을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5월부터 낸드플래시 장비를 P3 라인에 반입하고 있는데 이는 당초 계획보다 1~2개월 정도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P3 파운드리 장비 발주는 6~7월에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장비 확보가 지연된다면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신공장도 애초 목표로 세웠던 2024년보다 완공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170억 달러(약 21조 원)를 투자해 약 500만㎡(150만평) 규모로 조성된다.
반도체 공장의 초기 투자는 부지와 건물을 제외하면 반도체장비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전체 비용의 80% 이상이 반도체장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24년 하반기 테일러 공장 가동을 시작해 5G, HPC(고성능 컴퓨팅), AI(인공지능) 분야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