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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3년 동안 경쟁사들의 공세 속에서도 점유율 50%를 굳게 수성했다. 이 덕분에 하 사장의 임기는 지난 3월 SK텔레콤 정기주주총회에서 3년 연장됐다.
KT와 LG유플러스의 CEO가 외부인 출신인데 반해 하 사장은 32년째 SK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정통 SK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인연도 깊어 최태원 사단의 핵심으로 꼽힌다. 그래서 SK그룹 안에서 ‘성골’이라는 말도 듣는다.
하 사장은 SK그룹의 집단지도체제를 이끄는 핵심 6인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핵심 6인방을 넘어 사실상 SK그룹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으며 '2인자의 반열에 오른 젊은 실세'라는 평가도 나온다.
◆ SK그룹 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하성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횡령으로 4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이후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수펙스)가 이끌고 있다.
오너가 1년6개월째 자리를 비워도 SK그룹의 경영실적이 괜찮은 것은 수펙스 덕분이다. 수펙스(SUPEX)는 ‘Super’와 ‘Excellent'의 합성어로 SK그룹이 지향하는 가치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주요 경영자가 그룹 내 최고의사결정기구다.
수펙스는 삼성그룹이 수요일마다 여는 사장단회의와 다르다. SK그룹은 80개 계열사를 두고 있고 그 중 상장사는 16개인데 수펙스 인원은 6명이다. 한마디로 수펙스는 집단지도체제인 셈이다.
수펙스 의장은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이 맡고 있다. 구성원으로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김영태 SK그룹 사장, 정철길 SK C&C사장, 김재열 SK그룹 부회장, 그리고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있다.
이들은 한 분야씩 맡으며 그룹 전체를 총괄하고 있다. 김창근 의장은 인재육성위원회를 맡고 있고 구자영 사장은 글로벌성장위원회를 담당하는 식이다. 특히 하성민 사장은 전략위원회를 맡고 있다. SK그룹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SK그룹의 2인자 반열에 선 하성민
하성민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SK하이닉스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를 사임하며 이사회 의장직도 내려놓았다. 그는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한 공로로 2012년 초 이사회 의장에 선임돼 이사회를 이끌었다.
하 사장의 사임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것”이라며 “하 사장이 그동안의 짐을 덜고 SK텔레콤에 집중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는 다르게 본다. 하 사장이 수펙스에서 맡은 전략위원회가 그룹의 새로운 컨트롤타워로 부상하면서 하 사장이 전략위원장 업무에 전념하기 위해 하이닉스 이사를 사임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주주총회가 열리기 며칠 전 SK그룹은 지주회사 SK의 사업관리부문을 수펙스 산하 전략위원회로 옮겼다.
사업관리부문은 직원 30여명의 소규모 조직이지만 실제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계열사의 사업계획이나 실적, 예산 등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룹의 컨트롤타워다.
수펙스는 원래 ‘결정기구'가 아니라 ‘협의기구'였다. 수펙스에서 협의한 안건도 각 계열사의 이사회를 통과해야 실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수펙스 산하 전략위원회 산하로 옮겨지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수펙스는 실무 인력과 조직까지 갖춘 의사결정기구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전략위원장 하성민 사장의 위상도 강화됐다.
SK그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사업관리부문을 이관하면서 지주회사인 SK도 수펙스 산하 전략위원회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며 “대외적으로 SK그룹을 대표하는 인사는 수펙스추구협의회 김창근 의장이지만 실질적으로 하성민 사장이 그룹의 2인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 사장을 SK그룹의 2인자로 대우하는 움직임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SK그룹 인사에서도 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당시 SK그룹 관계자는 “SK텔레콤뿐 아니라 SK하이닉스까지 실적호조를 보이면서 이에 대한 보상으로 하성민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유력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예상과 달리 하 사장은 승진하지 못했지만 그에 대한 그룹 안팎의 평가가 어떤지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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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왼쪽부터)이 경기도 이천에서 'SK하이닉스 출범식'을 열었다. |
◆ 최태원 사단의 핵심인 하성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991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선경(현 SK네트웍스) 부장으로 입사했다. 그는 입사한 직후 아버지 최종현 회장을 설득해 대한텔레콤(현 SK C&C)을 설립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며 통신업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그룹 안팎에서 직접 인재들을 뽑아 대한텔레콤에 투입했다. 하성민 사장도 그 인재들 중 하나다. 하 사장 외에도 서진우 SK플래닛 사장, 지동섭 SK텔레콤 부사장 등이 대한텔레콤 출신이다.
SK그룹 안에서 대한텔레콤 인맥은 ‘최태원 사단’이라고 불린다. 최태원 회장이 직접 관리한다는 의미다. 하성민 사장은 최태원 사단 중에서도 돋보였다.
SK그룹 고위임원 출신 한 인사는 “현재 하성민 사장의 역할과 나이를 감안하면 최태원 사단 안에서도 단연 승승장구하고 있다”며 “SK그룹 내에서 2인자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태원 사단 모두가 수펙스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하 사장이 최태원 사단이라는 이유만으로 수펙스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가 지난 32년간 SK그룹에서 쌓은 성과가 그를 그룹 내 핵심인사로 만들었다.
하 사장은 1982년 선경에 입사한 뒤 신세기통신 재무관리실장, SK텔레콤 경영기획실장, 전략기획부문장 등 관리파트를 섭렵했다. 그리고 2011년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SK그룹이 진행한 굵직한 인수합병은 모두 하 사장의 손을 거쳤다. 2002년 신세기통신, 2008년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 2011년 하이닉스 인수를 모두 하 사장이 주도했다.
하 사장은 본업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하 사장은 지난 3년 동안 경쟁사의 공세 속에서도 SK텔레콤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50%를 굳건히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