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검찰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에너지 공기업 사장 인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일이라 현직 공기업 사장들의 거취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백운규 전 장관은 1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결과는 이날 밤늦게 혹은 16일 새벽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백 전 장관은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2017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산업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13곳의 기관장에 강제로 사직서 제출을 요구하고 후임 기관장 임명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보고 있다.
백 전 장관의 구속이 결정되면 검찰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탄력을 받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관계자 등으로 본격적인 수사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대규모 수사진을 투입하는 등 이번 수사에 성과를 내기 위해 전력을 다할 공산이 크다.
백 전 장관은 이번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앞서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 의지를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월성원전 사건을 자신의 정치 입문 계기라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기업 기관장 사퇴와 관련해 청와대의 의중을 전달했다는 혐의로 검찰과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에서 인사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공기업 안팎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가 공기업 사장 인사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애초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임 시절 수사 및 기소가 이뤄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임기가 남은 공기업 사장을 장관이 나서서 교체할 수 없게 됐다는 시선이 우세했다.
이에 이번 정부는 블랙리스트 사건을 역으로 '활용'해 현직 사장이 부당한 과정을 거쳐 임명됐다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검찰도 에너지 공기업들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최근 중부발전, 남동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 등 한전의 발전자회사 4곳을 대상으로 사장 임명과 관련해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의 발전자회사 사장들은 지난해 4월에 일제히 임명돼 현재 모두 2년 정도 임기가 남아있다.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도 검찰 수사망에 포착돼 있다.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를 둘러싸고는 백 전 장관이 황 사장을 임명하기 위해 미리 면접지를 전달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황 사장의 임기는 올해 9월까지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김경원 전 지역난방공사 사장에게 부당하게 사표를 받고 황 사장을 임명했다고 바라보고 있다.
그 밖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월성원전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 사장은 임기가 끝나서 후임 인선이 진행 중이고, 채 사장은 올해 7월에 임기가 끝난다.
기획재정부도 에너지 공기업 압박에 가세하는 모양새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는 6월 들어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공공기관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정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등 특별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아주 미흡(E) 또는 2년 연속 미흡(D) 평가를 받은 공공기관의 기관장은 해임 조치가 가능하다.
기재부의 방침을 놓고 최근 에너지 원가 폭등으로 한전이 올해 1분기에만 8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낸 상황을 고려하면 재무상태가 악화됐을 수밖에 없는 에너지 공기업을 목표로 삼은 조치라는 시선이 나온다.
현재 부채비율 200% 기준에 해당하는 공기업은 한전을 비롯해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중부발전 등을 비롯해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 7곳이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