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NH투자증권이 최근 대어급 상장주관 가뭄에 시달리며 기업공개(IPO)시장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로서는 'IPO의 명가'로 불려 온 NH투자증권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대어급 주관이력이 간절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크래프톤 공동주관, 롯데렌탈 공동대표주관을 마지막으로 1년 가까이 대어급 기업공개 주관실적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았던 SM상선의 기업공개가 지난해 11월 철회된 데 이어 올해 5월 SK쉴더스도 기업공개 일정을 취소했다.
이처럼 기대가 컸던 기업의 상장이 무산됨에 따라 NH투자증권은 대표주관을 따낸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눈에 띄는 대어급 주관실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가뭄을 겪게 됐다.
여기에 2019년 NH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를 추진해 왔던 현대카드가 최근 방향을 틀어 당분간 상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비보마저 날라왔다.
현대카드의 재무적 투자자(FI)였던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들고 있던 현대카드 지분을 대만 푸본금융그룹에 넘기면서 재무적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추진했던 기업공개를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초 현대카드는 올해 안에 기업공개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는데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NH투자증권으로서는 또 하나의 대규모 기업공개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대어급 기업공개 실적의 가뭄이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NH투자증권은 2020년 6월 SK바이오팜 대표주관사로 활약한 것을 비롯해 2020년 10월 하이브(빅히트엔터테인먼트), 2021년 3월 SK바이오사이언스,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 7월 SD바이오센서, 8월 크래프톤과 롯데렌탈 등의 주관을 맡았다.
1년 남짓한 기간에 7건의 굵직한 기업공개 주관사단에 참여하며 IPO의 강자라는 명성에 걸맞는 실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뒤로 9월 현대중공업, 10월 카카오페이, 올해 1월 LG에너지솔루션 등 대어급 기업공개 주관사단에는 합류하지 못했다.
반면 NH투자증권과 함께 기업공개시장의 빅3로 꼽히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주관을 따내는 중요한 실적을 이뤄냈다. 그밖에도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페이의 인수회사로, 미래에셋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인수회사로 합류하기도 했다.
최근 꾸려진 LGCNS 기업공개 주관사단에도 NH투자증권은 이름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공동주관사 자리를 차지했다.
LGCNS의 기업가치는 5조~7조 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공모규모 역시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어급 주관의 가뭄이 길어짐에 따라 기업공개시장에서 쌓아온 NH투자증권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기업공개의 강자라는 위상에 걸맞게 2019년 기업공개 주관 1위, 2020년과 2021년에는 2위에 오르며 꾸준히 상위권을 지켜왔다. 하지만 블룸버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기업공개 주관 순위는 11위에 그쳤다.
하지만 NH투자증권으로서는 이처럼 명성이 흔들리는 상황이 다소 억울할 수 있다.
대어급 기업공개는 시장 상황이나 기업 지배구조 등 주관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영향을 받는 때가 많아 연기나 중단 등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영채 사장으로서는 구차한 변명보다는 대어급 주관실적을 빨리 추가해 NH투자증권의 실력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을 차단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절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존심 회복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NH투자증권은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컬리 등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대어급 기업의 대표주관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의 성과에 따라 반전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컬리는 올해 안에 기업공개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더해 올해 2월 케이뱅크는 NH투자증권을 기업공개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는데 당초 내년으로 잡았던 상장시점을 올해로 변경해 기업공개 일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케이뱅크는 기업가치가 10조 원에 이를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안에 케이뱅크 상장도 마무리 된다면 기업공개 주관시장에서 NH투자증권의 존재감을 다시한번 부각시킬 수 있는 한방이 되기에 충분하다.
정 사장은 ‘투자금융(IB) 대부’로 꼽힐 정도로 투자금융 분야의 전문가다. 30년 넘게 투자금융 분야에 몸담은 만큼 NHN, 파라다이스, 외환카드 등 업계에 강한 인상을 남긴 기업공개를 여럿 담당했다.
특히 2002년 대우증권 시절 투자금융(IB)담당 부장으로 근무하며 상장시켰던 NHN은 한국거래소로부터 2차례나 재심의를 요구받을 정도로 까다로웠던 기업공개였지만 특유의 집요함으로 성사시켰던 사례로 꼽힌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