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와 메모리반도체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벌이더라도 성공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는 외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의식해 지나치게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추진해 온 결과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및 D램 미세공정 발전 속도를 오히려 늦추고 있다는 시선도 고개를 든다.
미국 IT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는 9일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에 세계 어느 기업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할 여력이 있다”며 “하지만 이는 반드시 기술 리더십 확보를 뜻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의 투자비용 대비 성과가 주요 경쟁사인 대만 TSMC와 미국 인텔, 마이크론에 모두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은 것이다.
톰스하드웨어는 삼성전자가 7나노와 5나노 등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 발전에 꾸준히 성과를 냈지만 퀄컴 이외에 주요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수주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EUV(극자외선)공정을 도입하는 7나노 이하 반도체 미세공정으로 대형 고객사와 확실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지 못해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성과를 온전히 거두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4나노 반도체 미세공정에서 충분한 생산 수율을 확보하지 못했고 TSMC의 4나노 공정보다 전력효율 대비 성능에서 우위를 나타내지 않은 점도 파운드리사업 약점으로 지목됐다.
톰스하드웨어는 삼성전자 4나노 미세공정의 상황을 고려할 때 기존 공정인 7나노와 5나노 공정의 실제 성능에도 부정적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사의 대규모 파운드리 주문을 수주하기 어려웠던 원인을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력 자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반도체업계에서 삼성전자의 최신 미세공정 반도체의 생산 수율과 성능 개선폭을 두고 이처럼 부정적 관측이 꾸준히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가 콘퍼런스콜 등을 통해 파운드리 미세공정 수율 개선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며 해명에 가까운 설명을 내놓아야 했을 정도다.
톰스하드웨어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야심찬 목표를 세웠거나 너무 낮은 목표를 세우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경쟁사인 TSMC를 추격하기 위해 기술 발전 속도를 높이는 데만 집중한 점이 파운드리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톰스하드웨어는 삼성전자가 7나노 미세공정부터 EUV장비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반면 TSMC는 7나노 초기 공정에 EUV장비를 서둘러 도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TSMC가 이처럼 최신 기술 채용에 비교적 보수적 태도를 보이는 점이 애플과 AMD 등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들에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반도체 수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인 D램에도 가장 먼저 EUV장비를 활용한 미세공정 기술을 도입했다.
톰스하드웨어는 미국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달리 EUV공정을 미세공정 D램에 선제적으로 도입하지 않아 1a나노급 공정에서 삼성전자를 앞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론의 1a나노 D램이 생산 원가 측면에서 삼성전자를 앞섰고 DDR5 규격에 적용하기도 유리했다는 점이 삼성전자에 우위를 차지한 배경으로 지목됐다.
EUV공정을 도입하면 반도체 생산에 드는 단가와 생산 능력 측면에서 한계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을 마이크론이 인식했기 때문에 서둘러 신기술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톰스하드웨어는 “삼성전자가 중장기적으로 EUV 기반 D램 공정을 통해 기술 리더십을 되찾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사업에서 장기간 절대적 기술 우위를 유지하면서 경쟁사와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추격이 거세지자 파운드리와 D램 생산공정에 EUV장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면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힘써 왔다.
절대적 기술 우위를 앞세운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 전략이 비용 등 현실적 측면을 우선순위로 고려한 경쟁사들의 전략에 밀려 성장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톰스하드웨어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반도체사업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왔지만 지금은 다소 고전하고 있다는 여러 근거가 드러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위기를 극복할 만한 금전적, 기술적 자원이 풍부하지만 지금의 경영 상황에서 이런 어려움을 언제 이겨낼 수 있을지는 여전한 과제”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