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혁 코닉오토메이션 대표이사가 6월8일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공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코닉오토메이션> |
[비즈니스포스트] "지금 보니 잘한 선택이었죠."
김혁 코닉오토메이션 대표이사는 8일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스팩합병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김 대표는 "2019년 적자때문에 일반 상장은 무리라는 판단을 했고 기술특례와 스팩을 놓고 고민을 했다"며 "아무래도 시장 변동성에 좀 더 둔감하다는 점에서 스팩합병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증시 불확실성이 부각되는 데 따라 상장 철회를 결정하는 기업이 속출하며 기업공개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다.
하지만 스팩합병으로 증시 입성을 추진한 코닉오토에이션은 공모시장 침체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김 대표가 스팩합병을 '잘한 선택'이라고 설명한 이유다.
스팩(SPAC)은 기업인수를 목적으로 설립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스팩은 보통 공모가 2천 원으로 상장하는데 36개월 안에 비상장기업과 인수합병을 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및 청산된다.
다만 대부분의 스팩은 공모자금 전액을 증권금융 등에 예치하고 있어 투자자는 상장이 폐지되더라도 공모자금과 이자를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상장기업은 스팩합병을 통해 우회적으로 증시에 입성하는 동시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또한 일반 상장과 달리 수요예측 절차가 없기 때문에 수요예측 부진에 따른 공모가격의 하향 또는 상장철회 등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
올해 들어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대명에너지, 보로노이,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무려 6건에 이르는 상장철회 사례가 연이어 나타났다.
상장철회를 결정한 기업 모두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가 저조했던 탓에 공모청약 등 남은 상장일정을 취소했는데 스팩합병을 통한 상장을 선택하면 이와 같은 불확실성을 피할 수 있다.
이에 최근 스팩합병이 기업공개시장 침체를 피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올해 스팩상장은 모두 12건으로 집계됐다. 6월 공모청약이 예정된 스팩 6건을 더하면 올해 상반기 스팩상장은 18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상반기 11건, 2020년 상반기 8건, 2019년 상반기 10건, 2018년 4건을 훌쩍 뛰어넘는다.
상반기 스팩합병도 최근 5년 동안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1월 하인크코리아가 아이비케이에스제15호 스팩과 합병해 코스닥에 상장한 것을 시작으로 3월 누보와 파이버프로, 4월웨이버스, 5월 하이딥 등 5곳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스팩합병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6월8일 상장한 모비데이즈와 6월 안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운 원텍, 태성 등을 더하면 올해 상반기 스팩합병 사례는 모두 8건에 이른다.
최근 5년 상반기 스팩합병은 2021년 4건, 2020년 6건, 2019년 2건, 2018년 4건 등이었다.
스팩상장과 스팩합병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많이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스팩상장 및 합병은 역대 최고기록에 버금갈 수도 있다.
2009년 12월 스팩제도가 도입된 뒤 스팩상장 최고기록은 2015년 45건이며 스팩합병 최고기록은 2017년 21건이다.
코닉오토메이션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의 제조 설비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SW) 및 하드웨어(HW) 전문 회사다. 25년 동안 축적한 반도체 공정 설비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안정화된 플랫폼을 국내 대형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코닉오토메이션은 2021년에 매출 273억 원, 영업이익 41억 원을 올렸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은 40.45%, 영업이익은 134.36% 증가했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