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윤석열정부의 초대 국무조정실장에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출입은행장이 정부 고위직으로 옮겨가는 등용문이 되고 있다.
방 행장이 국무조정실장에 최종 임명된다면 다음 행장은 수출입은행장의 높아진 위상에 따라 한층 무게감 있는 인사가 임명될 가능성도 있다.
3일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방 행장을 국무조정실장 후보군에 올려 인사검증을 진행했고 최종 임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방 행장이 경제 관료 출신으로 재정과 복지, 국제경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국무총리를 보좌하면서 국정을 조율하는 국무조정실장을 맡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 행장에 앞서
윤석열정부의 초대 국무조정실장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내정됐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이 윤 행장은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을 주도한 인물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 적합하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윤 행장이 국무조정실장 내정을 고사했다.
방 행장은 윤 행장과 비교해 특별한 정치색을 보일만한 인사이동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도 임명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방 행장의 발탁이
윤석열 대통령의 편중 인사로 지적받아 온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50·60대 남성이면서 경제 관료 출신을 일컫는 '모피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여지는 남아있다.
방 행장이 국무조정실장에 오른다면 수출입은행을 거쳐 장관급 요직으로 옮겨갔던 전임 행장들과 유사한 길을 걷게 된다.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경제 관료로 각각 수출입은행장을 지낸 뒤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재정경제부와 기획재정부에서 관료로 일하고 수출입은행장을 거친 뒤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대 수출입은행장들이 지속적으로 정부 주요 고위직에 발탁된 것은 수출입은행의 특성과도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출입은행은 대외 경제협력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하기 위해 세워진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역대 수출입행장에는 국내 경제를 바라보는 안목에 더해 국제적 감각도 갖춘 인사들이 올랐다.
이같이 실력을 어느 정도 검증받은 인물들이 수출입은행장을 맡아왔기 때문에 정부 요직으로 자리를 옮기기에도 한결 수월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방 행장이 다시 한번 전임 행장들과 마찬가지로 정부 고위직으로 옮긴다면 수출입은행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수출입은행장을 하면 금융위원장이나 장관급으로 갈 기회가 있다는 생각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입은행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방 행장은 재무부와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를 거친 정통 관료다.
온화한 성품에 신망이 두터워 적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 다양한 분야를 거쳐 경제 전반에 식견을 쌓았고 강한 업무 추진력도 갖췄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방 행장은 1962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 성균관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28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무부와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했고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 대변인을 맡았다.
박근혜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지낸 뒤 보건복지부 차관을 역임했다. 2019년 10월부터 수출입은행장으로 일해오고 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