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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딜러가 카드를 나눠주고 있다. |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가 내우외환에 표류하고 있다.
최고경영진 공백이 5달째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노조 반발로 공공기관 방만경영개선안도 정부에 내지 못하고 있다.
◆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에 노조 강력 반발
강원랜드는 6월 말까지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강원랜드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강원랜드에 이미 방만경영이라는 정부의 꼬리표가 붙어있다. 강원랜드의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는 연 995만 원으로 공공기관 대표 방만경영 사례로 지목돼 왔다.
기획재정부는 2일 내년부터 과도한 부채나 방만 경영 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진한 공공기관 임직원의 성과급을 전액 삭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말부터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에 따라 대학 학자금과 의료비 지원 및 휴가비 등 각종 복지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노조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정부의 가이드 라인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파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노조는 “정부로부터 방만경영으로 꼽힌 38개 공공기관 중 강원랜드 사원들이 가장 적은 기본급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근속연수가 9년차인 사원의 기본급이 연간 2천200여만 원으로 기본급 수준이 공공기간 평균연봉의 33%에 그친다고 했다.
김형태 노조 사무국장은 “강원랜드 사원들은 업무특성상 야간근무를 많이 하기 때문에 각종 수당을 받는다”며 “정부는 과잉복지와 고임금을 공공기관 방만경영 사례로 꼽는데 강원랜드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개선안이 경영진의 잘못을 조합원들에게 떠넘기는 데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원랜드 노조는 2일 노사교섭에 나서기로 했으나 현재 회사와 입장차가 워낙 커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노조는 교섭에 실패할 경우 11일부터 사흘간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16일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 공백 5달 째...관피아 ‘성전’ 오명
강원랜드는 1998년 6월29일 강원도 정선 고한읍 폐광촌에 처음 문을 열었다. 폐광지역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국내 처음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 운영권을 허가받았다. 강원랜드 카지노는 개장 초기부터 각종 비리가 터져나오며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 강원랜드가 내부적으로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5달 넘도록 최고경영진이 공백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사장과 부사장 자리가 모두 비어 있다. 현재 김시성 경영지원본부장이 사장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노조가 경영합의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배경에 경영진에 대한 불신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는 인사정책을 문제 삼아 김 본부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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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흥집 강원랜드 전 사장 |
강원랜드에 2011년 7월 취임한 최흥집 사장이 대표이사를 사임한 것은 지난 2월 말이다. 최 사장은 6월 지방선거에 강원지사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겠다며 임기 5달여를 앞둔 상태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작업이 한창인 시기였던 만큼 최 사장의 사임은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불렀다.
강원랜드는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 등 전직 고위 공무원들의 재취업처로 손꼽혀왔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척결의지를 다지고 있는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의 성전이었다. 강원랜드는 공공기관 중에서도 국내 최고 수준의 연봉과 성과급 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 노조가 밝힌 자료를 보면 2000년 설립 이후 선임된 대표이사 등 임원 28명 가운데 21명이 산자부와 문광부 출신 관료 또는 정치권 관련 낙하산 인사였다. 전체 임원 중 75%다.
1998년 첫 대표이사로 선임된 서병기 사장은 경기은행 지점장을 거쳐 산업부 산하의 전기안전공사 감사를 지냈다. 카지노는 물론 광산업과 인연이 없었다. 이후 2대 김광식, 3대 오강현, 4대 김진모 사장은 모두 산자부 출신이었다. 2009년 비리사건에 연루돼 재임중 구속됐던 최영 사장은 SH공사 대표이사를 지냈다.
지금까지 내부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경우는 2008년 11월 장욱 전 경영본부장이 유일한데 그나마도 6개월 만에 물러났다.
◆ 카지노로 번 돈, 무리한 사업투자로 날려
외부 낙하산이 임원직을 독차지한 이유는 대주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산자부와 정치권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외부 영입인사로 경영진이 채워지다 보니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강원랜드는 2010년 5695억 원, 2011년 4896억 원, 2012년 4049억 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388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문제는 카지노에서 이렇게 번 돈을 무리하게 투자해 큰 손실을 봤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은 “강원랜드가 2009년 이후 현재까지 1300억 원이 넘는 출자금을 계열사에 투자했는 데도 하이원엔터테인먼트(이하 하이원), 상동테마파크, 하이원추추파크(구 스위치백리조트) 등 3개 자회사에서만 305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하이원은 2009년 강원랜드가 100% 출자한 회사로 강원랜드 옆 리조트 운영을 포함해 엔터테인먼트사업을 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하이원을 세운지 3년 만에 투자금의 41%를 날렸다.
이뿐이 아니다. 금감원 발표를 보면 강원랜드가 투자한 비상장법인 9개 중 8개가 지난 3월 말 기준 모두 손실을 기록했다. 하이원엔터와 하이원상동테마파크는 각각 24억 원, 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150억 원을 투자한 동강시스타도 순손실이 24억 원에 이른다.
◆ 누가 사장후보로 꼽히나
현재 강원랜드는 사장후보를 공모중인데 심재엽 전 국회의원과 김익환 전 서울 메트로 사장 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전 의원은 강릉 출신으로 17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도운 친박계 핵심인사다. 춘천 출신의 김 전 사장은 기아차 부회장을 거쳐 2010년부터 2년 동안 서울 메트로 사장을 지낸 전문경영인이다.
대표이사는 산자부 지침에 따라 상임이사추천위원회 구성 등의 절차를 거친 뒤 8월 말이나 9월 중순 주주총회를 열어 최종결정된다. 관피아 척결과 경영정상화가 시급한 만큼 이번 대표이사 선임 결과에 특히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부사장 공모도 현재 진행중이다. 전무 시절 진행했던 오투리조트 투자 건으로 감사원 지적을 받은 김성원 부사장이 5월 사표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지난 달부터 공모한 부사장에 역대 최대인 46명이 몰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