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성 기자 noxket@businesspost.co.kr2022-05-24 16: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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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재택근무를 통해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고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간단한 개인용무도 볼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았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업무량은 기존과 똑같은 반면 메신저 접속유지 여부를 체크하고 시간 단위로 업무내용을 보고하는 등 관리자 감독이 엄격해져 업무 피로도가 높아졌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우리사회에서 재택근무가 새로운 근무형태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에 큰 관심이 몰리고 있다. < pixabay >
같은 유통회사의 서로 다른 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두 직원의 재택근무와 관련된 상반된 반응이다.
재택근무가 생산성과 노동자 삶의 질 등에 실제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보통 재택근무는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예상이 많은데 실제는 예상과 다를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어 주목을 끈다.
24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말 내놓은 '비대면 시대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일·생활균형' 보고서를 살펴보면, 재택근무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1.3%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25.5%에 불과해 이보다 낮았다. ‘보통이다’는 답변은 39.2%였다.
재택근무제의 생산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가 더 많은 셈이다.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견 예상 가능한 반응이다.
구체적으로 재택근무가 업무집중도 및 활력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1.6%에 이르렀다. 사무실 출근이 업무집중도 및 활력에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52.2%)보다 많았다.
업무수행에 관한 지식을 동료들과 공유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재택근무시 긍정적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56.6%로 사무실 출근시(18.7%)보다 높게 나타났다.
무엇보다 기업들은 생산성 측면에서 재택근무를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재택근무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묻는 질문에 사업체의 44.5%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않다’는 대답은 4.8%에 그쳤다. ‘보통이다’라고 응답은 49.4%였다.
요컨대 생산성이 하락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노동자와 기업 모두 생산성 측면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거나 다소 올라갔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재택근무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보통은 재택근무는 출퇴근 시간을 절약해 시간을 더욱 잘 활용할 수 있어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른바 일과 생활의 균형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응답자들은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업무강도나 피로도 측면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재택근무시 체감 업무강도 변화를 묻는 질문에 ‘조금 증가했다’는 응답이 38.4%로 ‘조금 줄었다’(19.5%)보다 현저히 높았다. ‘변화없다’는 응답도 40.9%에 이르렀다.
재택근무에 따른 업무강도 증가는 업무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고 디지털기기를 통해 업무지시 및 수행이 이뤄지는 만큼 업무수행 압박이 커지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규 근무시간 이외에도 업무지시가 더 쉬워진 것도 문제이다.
또 재택근무에 따른 육체적 피로감 감소 여부를 묻는 질문에 ‘보통이다’라는 응답이 41.5%로 가장 많았다. ‘그렇다’는 응답은 30.8%,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2.7%였다.
반면 기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에 따른 피로감 감소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67.4%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보통이다’는 응답은 26.1%,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4%였다.
실제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피로감 감소 효과가 예상만큼 크지 않은데 기업들은 재택근무가 피로감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는 재택근무로 근무강도가 높아지고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이 자칫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재택근무제를 적극 활용하거나 재택근무를 선호하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다거나 회사 충성도가 떨어진다는 등의 이른바 낙인효과가 아직 있는 것 같다”며 “재택근무제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것과 함께 재택근무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 개선이 이뤄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