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업계 1, 2위 업체인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상반된 결정을 내렸다.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은 원래 영업하고 있던 DF2구역 외에도 DF1구역에도 응찰했지만 호텔신라의 신라면세점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롯데면세점은 글로벌 1위 면세점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외형성장에 주력한 반면 신라면세점은 수익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호텔롯데는 왜 김포공항 면세점에 응찰했나
24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이 김포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수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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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면세점은 23일 마감된 김포공항 면세점 4차입찰에서 DF1구역과 DF2구역 양쪽에 모두 응찰했다. 씨티플러스 역시 복수 응찰하면서 김포공항 면세점은 마침내 유찰을 면했다.
DF1구역을 낙찰받은 사업자는 DF2 개찰에서 제외된다. 공항공사에서 제안서를 평가한 결과 배점한도(80점)의 85%보다 낮은 점수를 받거나 최저임대료보다 낮은 가격을 써낸 것이 아닌 이상 두 기업이 각각 한 곳씩 사업권을 획득하게 된다는 의미다.
롯데면세점은 이에 앞서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에도 참여해 사업권을 따냈다. 롯데면세점은 면세점사업의 외형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은 유일하게 인천공항 면세점에서도 흑자를 냈고 김포공항도 흑자를 내고 있어 수익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며 “면세점은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기 때문에 공항면세점을 늘리면 그만큼 원가경쟁력을 더 확보할 수 있고 시내면세점과 연계 마케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단일매장 매출규모로 세계 최대 면세점인 소공점을 비롯해 국내외에 11개 면세점을 두고 있는 국내 1위, 세계 3위 면세점업체다. 롯데면세점은 2020년까지 세계 1위 면세점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일각에서 롯데면세점이 월드타워점 특허를 되찾기 위해 낮은 수익성을 감수하고서라도 공항면세점 입찰에 참여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항면세점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시내면세점 추가 입찰 경쟁이 과열될 조짐이 보이니 롯데면세점이 김포공항 면세점 유찰을 막아 정부 측에 미리 점수를 따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신라면세점, 수익성에 초점
호텔신라의 신라면세점은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에는 뛰어들었지만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호텔신라는 외형확대보다는 수익성에 좀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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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호텔신라 관계자는 “지금도 적자를 내고 있는데 임대료가 인상됐고 늘어나는 면적에 따라 임대료도 더 늘어나게 생겼다”며 “내부에서 검토한 결과 김포공항 면세점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공항공사가 제시한 최소 임대료 기준은 DF1구역 295억 원, DF2구역 233억 원 인데 격리대합실 확장공사로 DF1구역은 82.9%, DF2구역은 69.2% 면적이 늘어나게 돼 임대료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공항공사는 늘어나는 면적에 대해서는 영업요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김포공항이 아닌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에 뛰어들었던 것은 공항공사가 임대료를 인하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해공항 국제선 여객수는 올해 1~4월 기준으로 253만857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1% 늘었다. 반면 김포공항은 같은 기간 국제선 여객수가 0.7%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신라는 국내 2위 면세점 사업자이긴 하지만 호텔롯데보다 규모가 작아 원가경쟁력이 다소 뒤처지기 때문에 수익성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지난해 면세점 부문(시내면세점+출국장면세점) 영업이익률은 8.7%, 호텔신라 5.7%로 집계됐다.
호텔신라가 공항면세점보다 올해 추가되는 시내면세점 티켓을 확보하는 데 더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아직 시내면세점 추가 입찰 공고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이와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