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가 내년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1억 통장’이 벌써부터 젊은층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만기가 10년으로 지나치게 길고 물가상승률을 따졌을 때 10년 뒤 1억 원의 가치가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실효성에 대해 물음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금융권과 정치권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2023년 장기(최대 10년) 자산형성 지원상품인 ‘청년장기자산계좌(가칭)’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청년장기자산계좌는 윤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청년 금융 공약으로 내세웠던 ‘청년도약계좌’에서 기본 뼈대 대부분을 따올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도약계좌는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만 19~34세 청년이 매달 70만 원 한도 안에서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월 10만~40만 원을 지원해 10년 동안 1억 원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품이다.
청년장기자산계좌는 올해 초 높은 인기를 끌었던 청년희망적금과 성격이 비슷하지만 가입대상이 확대되고 지원금도 더 많다는 점에서 젊은층으로부터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청년장기자산계좌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네이버 카페 ‘청도계(청년도약계좌 줄임말)’에는 이날 기준으로 7300명 넘는 사람이 가입해 있다.
카페 회원들이 가입인사 게시판을 통해 직접 밝힌 가입목적을 보면 청년장기자산계좌 가입조건이나 가입방법을 확인하기 위해 가입한 회원이 대부분으로 파악된다.
청년희망적금이 취업준비생이나 소득이 증빙되지 않는 사회초년생 등의 가입이 불가능했던 만큼 가입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청년장기자산계좌를 개설하지 못하는 일을 사전에 막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년장기자산계좌가 실제로 젊은층의 기대만큼 성과를 안겨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금융권에 적지 않다.
정부는 ‘내 집 마련’조차 힘든 20~30대에게 자산 축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 청년장기자산계좌 출시의 가장 큰 의의와 목적을 두고 있지만 정작 이 부분에서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일단 만기가 너무 길다. 처음 의지와 관계없이 10년 만기를 꼬박 채우고 1억 원의 목돈을 쥐게 될 청년이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10년짜리 적금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입자 대부분은 근로소득을 바탕으로 적금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10년 동안 수입이 끊기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가입 대상인 만 19~34세 청년은 결혼이나 출산, 육아 등 생애 과업을 해야 하는 시기에 놓여 있는 만큼 목돈이 필요할 일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2월에 출시된 청년희망적금만 해도 출시 한 달이 되기도 전에 가입자 2만4천 명이 이탈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점에 비춰볼 때 10년 뒤 1억 원의 가치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이야 1억 원이 있으면 대출을 끼고 집을 사려는 시도라도 해볼 수 있지만 10년 뒤 체감하는 1억 원의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낮을 수도 있다.
투자 관점으로 접근해서 금리 인상기에 은행에 긴 시간 돈을 묶어두는 것이 이득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금리가 높은 상품으로 갈아타거나 주식이나 다른 투자 수단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실효성을 높이려면 만기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 등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초반 가입자가 많이 몰릴 수는 있겠지만 이들이 10년 동안 적금을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며 “금리가 계속 오르는 점 등도 정부가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