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화학이 반도체 공정용 소재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배터리 소재 확대뿐 아니라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통해서도 소재사업 분야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22일 LG화학에 따르면 신 부회장은 첨단소재사업부 안에 위치한 반도체 소재 조직의 인력을 충원하면서 포토레지스트(PR) 개발에 고삐를 죄고 있다.
LG화학이 연구개발을 집중하고 있는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패턴을 새기는 데 필요한 첨단소재다.
LG화학 관계자는 “2019년 일본의 첨단소재 수출 규제에 맞서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이루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며 “지속적으로 인력충원을 하면서 포토레지스트 개발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포토레지스트 시장은 JSR(1위), 신에츠 화학(2위), 도쿄오카공업(3위), 시미토모화학(4위), 후지필름(5위)을 비롯한 일본 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 부회장이 포토레지스트 시장에 뛰어드려는 것은 국내 반도체 소재의 높은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포토레지스트 시장규모는 2020년 33억 달러에서 2025년 4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이 반도체 소재와 관련해 액상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까지는 반도체 소재 가운데 접착필름(DAF)와 동박적층판(CCL)을 양산하면서 기술을 쌓아왔다.
접착필름은 반도체 공정에서 반도체 칩과 회로기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동박적층판은 인쇄회로(PCB)에 사용되는데 여러 가지 절연재료 기재와 결합재로 구성된 판에 동박을 붙인 것이다. 전자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주요 소재로 꼽힌다.
LG화학은 접착필름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동박적층판은 삼성전기와 LG이노텍에 납품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에 더해 지금까지 쌓아온 화학 분야 기술력을 접목해 포토레지스트를 국산화한 뒤 납품처를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학철 부회장은 이처럼 반도체 관련 첨단소재에 힘을 줘 배터리 소재와 함께 첨단소재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키워 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 부회장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소재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배터리소재에 이어 반도체 등 첨단소재를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경영자세는 그가 줄곧 강조해온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신 부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변화하는 기업만이 지속가능하다”며 “이것만이 기업의 유일한 생존방식이자 번영의 길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 LG화학이 배터리사업에 이어 첨단소재 사업부문을 분할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하지만 신 부회장이 첨단소재사업을 직접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단호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 부회장은 올해 2월 가진 투자설명회에서 “첨단소재는 시설투자규모가 비교적 적고 LG화학이라는 전체 인프라를 활용한 시너지가 큰 분야다”며 “직접 사업을 계속 영위하면서 힘을 줘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