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이 준법감시 지원에 가장 적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잇따라 직원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은행의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데 은행들의 준법감시 지원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지에 눈길이 쏠린다.
16일 4대 시중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모두 준법감시인을 1명씩 선임하고 준법감시인을 지원하는 조직을 따로 마련해 놓고 있다.
준법감시인은 내부통제 기준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을 발견했을 때 이를 조사해 감사위원회에 보고하는 일을 한다.
시중은행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조건 1명 이상의 준법감시인을 둬야 한다.
199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의 효과적 감독체계의 중요성이 떠오르면서 세계 곳곳에서 준법감시인 제도가 속속 생겨났다. 우리나라도 2000년 금융기관의 준법감시인 제도를 도입했다.
KB국민은행은 조정호 상무가 올해부터 준법감시인을 맡고 있다. 신한은행의 준법감시인은 이순우 부행장으로 2019년부터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동원 상무가, 우리은행은 김정록 부행장보가 각각 준법감시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은 대체로 준법감시, 자금세탁방지, 법무 등 업무를 중심으로 조직을 꾸리고 준법감시인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4대 시중은행이 공개한 준법감시인 지원조직 현황을 보면 은행별로 차이가 난다.
KB국민은행이 준법감시 업무를 지원하는 직원 수가 가장 많다. 준법지원부 58명, 자금세탁방지부 78명, 법무실 17명 등 모두 153명이다.
하나은행은 준법지원섹션 54명과 자금세탁방지섹션 65명 등 모두 119명이, 신한은행은 준법감시부 53명과 자금세탁방지부 64명 등 117명이 준법감시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우리은행에서 준법감시 업무를 지원하는 직원 수는 준법감시실 45명, 법무실 25명, 자금세탁방지센터 39명 등 모두 109명으로 조사됐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순이지만 이것만으로 KB국민은행이 준법감시 업무에 가장 많은 자원과 역량을 투입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전체 직원에서 준법감시 업무 담당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나은행이 0.96%로 가장 높다. KB국민은행은 0.89%, 신한은행은 0.85%로 하나은행보다 낮다. 비중으로 봐도 우리은행이 0.75%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다.
물론 4대 시중은행 모두 준법감시 업무에 충분한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준법감시 업무 담당 인력 비중이 1%를 넘지 않는다.
전체 임직원에서 준법감시 업무 담당 인력이 얼마큼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지 법적 기준은 없으나 금융감독원은 2018년 10월 내놓은 ‘금융기관 내부통제 제도 혁신 보고서’에서 전체 임직원 수의 1% 이상으로 늘리라고 권고한 적이 있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각각 전체 임직원의 1.77%, 3.02%를 준법감시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해도 크게 낮다.
준법감시 업무에 얼마나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지는 은행의 내부통제 역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보통 내부통제를 잘 꾸리려면 통제환경, 위험평가, 통제활동, 정보 및 의사소통, 후속조치 등 5가지 요소가 뒤따라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준법감시 업무를 돕는 인력은 내부통제에 필요한 인력으로 통제환경에 포함된다.
4대 시중은행이 준법감시인 등의 주요 활동내역과 처리결과를 공개하는 방식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SC제일은행은 선물 및 접대,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등 정확히 어떤 내용으로 준법점검이 이뤄지고 몇 건의 위반사항이 발견되었는지를 사업보고서를 통해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반면 4대 시중은행은 ‘법규준수 측면에서의 사전검토’ 식으로 점검 내용이 추상적이고 처리결과도 ‘적정’으로만 표시돼 주주나 금융소비자가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