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2-05-16 14: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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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우리은행이 윤석열정부의 첫 금융감독원장 인사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금감원이 현재 600억 원대 횡령 사건과 관련해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검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은행 로고.
금감원이 검사 결과에 따라 우리은행 전·현직 경영진에게까지 책임을 묻게 될 가능성도 있다.
16일 정치권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윤석열정부의 첫 금감원장으로 경제관료 출신 인사가 거론되지만 검찰 출신 인사가 선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강조했는데 자본시장에서는 금감원이 시장경제질서를 바로잡는 일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검찰 출신 인사를 금감원장에 앉혀 자본시장의 기강 확립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인데 정연수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와 박은석 법무법린 린 변호사, 박순철 전 남부지검장 등 구체적 이름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지금껏 검찰 출신 인사가 금감원장을 맡은 적은 없다. 금감원장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나 교수 등 경제계 쪽 인사가 맡아왔다.
만약 검찰 출신 인사가 금감원장에 오르면 수사 강점을 살리는 동시에 임기 초반 금융시장의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차원에서 우리은행 횡령 사건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도 있는 셈이다.
금감원은 현재 600억 원대 횡령 사건과 관련해 우리은행 자료를 강도 높게 들여다보고 있다. 검사를 마치는 일정도 애초 13일에서 27일까지로 2주 연장했는데 앞으로 검사 기간을 또 다시 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애초 기간을 정해놓고 하는 검사가 아니라 상황에 맞춰서 유동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한 건을 놓고 몇 달씩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 언제까지 검사가 이뤄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을 향해 강도 높은 제재를 내릴 충분한 명분도 확보한 것으로 여겨진다.
윤석열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 금융권의 책임경영 확산을 위한 ‘내부통제제도 개선’을 포함했다. 우리은행뿐 아니라 최근 신한은행에서도 2억 원 가량의 횡령 사건이 발생해 시중은행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점도 우리은행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금감원의 제재 강도와 범위가 어디까지 미치느냐다.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방안에 따르면 내부통제 소홀로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이 내부통제 최종책임자로서 제재를 받게 된다.
따라서 이번 금감원 검사결과에 따라 자칫 경영진들이 징계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회사 임원을 향한 금융당국의 징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데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 및 일정 기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금융당국의 징계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되는데 통상적인 경우 금감원의 제재 결정이 금융위에서 크게 바뀌지 않아 금감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은행은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인 경영진 문책경고를 받아 홍역을 치른 경험도 있다.
당시 우리은행이 금감원 징계에 불복해 법원에 낸 징계효력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자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경영진 징계와 관련해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지만 금감원의 항소로 여전히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 건으로 법적다툼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별도의 건으로 또 다시 징계를 받는다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금융지주 회장들은 정권 교체 초반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날 때가 종종 있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임영록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이 전산교체 내분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뒤 이사회에서 해임됐고 이명박정부에서는 황영기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이 과거 우리은행장 시절 파생상품 투자에 실패한 책임으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중도 사퇴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여러 금융지주 회장들이 금융당국의 중징계 받았으나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 등 법적다툼을 통해 모두 자리를 지켰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예전과 달리 금융지주들이 그동안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여 정부의 입김에서 크게 벗어났고 징계 이후 행정소송에서 이길 때도 많아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곧바로 사퇴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