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만에서 뒤늦게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자가격리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현지 공장 가동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세계 최대 반도체 산업국으로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나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난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6일 반도체 및 전자업계에 따르면 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TSMC 등 반도체 업체의 현지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 방역 당국은 15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6만8769명으로 나흘 연속 6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자국에서 감염된 확진자는 6만8732명이고 해외 유입은 37명으로 집계됐다.
대만 반도체 기업 가운데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으로 세계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한다.
대만 당국은 그동안 중국과 비슷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하면서 코로나19 유행 규모를 통제해 왔다.
대만 코로나19 상황은 3월 초부터 점차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5월 들어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대만 방역 당국이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과 다른 방역 기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7일 대만 당국은 더 강경한 방역 조치를 취하는 대신 코로나19와 함께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 정책을 선택했다.
하지만 방역 조치가 풀리자 신규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대만 반도체 산업의 정상 경영과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더 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 경제수도로 꼽히는 상하이는 지난 50일 동안의 도시 봉쇄 조치를 점차 완화하고 점진적으로 일상회복을 준비하고 있지만 상하이 및 주변 지역이 장기간 봉쇄되면서 각 반도체와 부품 공장들이 정상 가동을 할 수 없었다.
상하이와 반도체 부품 허브 도시로 불리는 정저우에 위치한 주요 기업들은 봉쇄 방식으로 공장을 다시 가동하고 있지만 가동률이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대만의 코로나19 상황은 반도체 공급난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가격 상승 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세계 파운드리 시장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TSMC는 내년부터 반도체 가격을 6~9% 인상한다고 고객사들에 통보했고 삼성전자와 중국 SMIC 등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도 뒤를 따라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노트북 등 반도체를 장착해야 하는 완제품의 생산 원가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반도체 산업 뿐 아니라 애플 아이폰, 아이맥 등 공급망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이폰 위탁생산 공급업체인 대만 페가트론은 직원 확진자 비중이 급증하자 지난달 22일부터 5일 동안 공장 가동을 중단한 적이 있다.
다만 TSMC 등 대형 반도체 기업은 자체적으로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다.
중국 현지 매체 경제일보(징지르바오)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대만 TSMC는 4월 초부터 코로나19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늘리고 공장 직원 퇴근 시 팀별 순차 퇴근 등을 활용해 직원 사이 불필요한 대면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