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국내 기업 가운데 코로나19 백신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기업을 딱 하나만 꼽아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SK바이오사이언스를 꼽을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잘나갈 수 있을까?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으로 성공한 기업이다. 당연히 엔데믹 이후의 전략도 ‘백신’에 집중돼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포스트 코로나19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백신 명가’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명가로 나아가기 위해 ‘콤보 백신’과 ‘백신 플랫폼 기술 개발’이라는 두 가지 전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콤보백신(결합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할 코로나19백신에, SK바이오사이언스의 간판 상품인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를 결합해 독감과 코로나19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엔데믹은 코로나19의 ‘종식’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예전에 한때 이야기가 나왔던 ‘위드코로나’에 가까운 이야기다. 다시 말해, 코로나19는 우리의 생활이 일상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계속해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뜻이다.
마치 우리가 주기적으로 독감 백신을 맞듯이 코로나19 백신 역시 그런 형태로 소비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만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독감들도 동시에 예방하는 종합 백신이 나온다면 수요가 매우 높을 가능성이 높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말하는 콤보백신은 바로 그런 백신이다.
사실 이 얘기는 SK바이오사이언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코로나19 백신 기업들이 비슷한 꿈을 꾸고 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가을 “현재 우리 회사의 최우선 순위는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결합해 매년 맞는 ‘범 호흡기’ 백신을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바백스 역시 비슷한 내용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음으로는 백신 플랫폼 기술 개발이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기업이 백신을 개발할 때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개발하지는 않는다. 식약처의 설명에 따르면 어떤 뼈대가 되는 기술이 있고, 거기서 이제 특정 항원이나 유전정보 등을 바꿔서 백신을 개발하게 된다.
여기서 이 뼈대가 되는 기술을 백신 플랫폼 기술이라고 부른다.
이 플랫폼 기술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가운데 이번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부분 적용된 플랫폼이 바로 mRNA백신 플랫폼이라는 기술이다. 코로나19 백신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개발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mRNA 플랫폼 기술의 우월함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기술동향브리프 2021년 8월호에 따르면 mRNA 플랫폼 기술은 신속한 개발 및 생산이 가능하고 소규모 시설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목표가 바로 이 mRNA 플랫폼 기술, 그리고 신규 백신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플랫폼 기술의 설명에서도 알 수 있지만, 일단 이 백신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면 그 다음부터는 굉장히 빠르고 쉽게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앞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명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인 셈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돈이다. 이런 일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연구개발(R&D)에 엄청난 투자를 하거나 혹은 관련 기술을 들고 있는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당연히 막대한 자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바이오 기업 가운데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상장과 코로나19 백신으로 정말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기 떄문이다.
2021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순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차입금)은 1조5550억 원에 이른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장기차입금은 무려 0원이다. 사실상 무차입경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우 안정적 재무상태를 자랑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 자금을 활용해 매우 공격적으로 인수합병과 연구개발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는 인수합병 후보군은 없지만 인수합병에 진심인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중순 인수합병 전문가인 안재훈 전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전무를 영입하고 그를 실장으로 하는 ‘성장지원실’이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또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올해 3월31일 열린 기업공개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수합병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보유한 현금 1조6천억 원을 통해 빠른 시간에 성과를 가시화 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영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오사업은 SK그룹 전체의 핵심 미래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그룹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 분야다. 그리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그룹 바이오 사업에서 가장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 계열사다.
과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엔데믹,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도 코로나19 백신으로 벌어들였던 것 만큼, 아니 그 이상의 ‘영광의 시대’를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