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석실 산하 비서관 가운데 비관료 출신은 과학기술비서관에 임명된 조성경 명지대 교수뿐이다.
윤 당선인은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 최상목 경제수석비서관 내정자까지 경제라인에 관료 출신을 줄줄이 발탁했다. 여기에 비서관까지 관료들을 활용해 인사를 마무리했다.
'통상 전문가' 출신인 한 후보자, '금융 정책' 라인의 추 후보자와 최 내정자, '예산통'으로 꼽히는 김 내정자 등 유능한 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을 근거리에 두고 시급한 경제 현안을 발 빠르게 챙기겠다는 셈법이 엿보인다.
특히 초대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과 용인술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윤석열정부가 경제전문가 ‘투톱’ 체제로 시작하는 것의 의미가 작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선 초대 국무총리로 검사 출신인 정홍원 전 총리가, 문재인 정부에선 기자와 국회의원을 지냈던 이낙연 전 총리가 올랐던 바 있다. 첫 비서실장에는 박근혜 정부에선 친박계 좌장인 허태열 전 의원을, 문재인 정부는 ‘586 운동권 세대’인 임종석 전 의원을 기용했다.
윤 당선인은 경제에 있어서 이들 관련 전문가에 전권을 위임하고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최고 전문가를 등용하겠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은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는 전문가에게 맡겼기 때문이다”고 말한 바 있다.
3월31일 당 초선 의원 7명과 오찬 자리에서도 "전두환 정권이 물가는 잘 잡았다”며 “당시 김재익 경제수석이 주변의 반대에도 대규모 토목사업을 하지 않아 시중에 돈을 풀지 않으면서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1980년대 제2차 석유파동에 따른 초 고물가·저성장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던 데 전두환 정권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던 김재익 전 경제수석의 힘이 컸다는 게 윤 당선인의 인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의 경제라인은 특히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방향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코드’가 일치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3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엄청난 재정, 금융 확장정책이 계속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매우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 재정건전성은 정부가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응해야 하는 과제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는 코로나19로 악화한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고 나랏빚을 줄여야 한다고 수차 언급했고 재정준칙의 시급한 마련도 강조하고 있다. 그가 발의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5% 이내로 유지할 것을 명시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김대기 비서실장 내정자 역시 예산·재정에 정통한 관료 출신으로 재정건전성 수호를 주요 정책과제로 꼽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라인을 모두 관료가 차지하면서 5일 사의를 밝힌 고승범 금융위원장을 대신할 새 금융위원장에도 관료 출신 인사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주현 회장은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문위원회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관직에 나와 예보 사장과 우리금융연구소 대표이사를 맡았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