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저임금 인상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어버이연합에 대한 불법 자금지원 의혹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런 전경련의 행보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소통 등 사회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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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
재계 일각에서 경제계 대표단체가 전경련에서 대한상의로 넘어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19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정치권의 최저임금 경쟁과 폐해’세미나를 열어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이 저해된다고 주장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포퓰리즘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저소득층 보호라는 선의에서 시작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를 없애는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4.13 총선 공약으로 최저임금을 현행 시간당 6030원에서 향후 3~4년 내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권 원장의 발언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저소득층의 소득이 증대되고 이는 내수활성화와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를 도외시한 것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전경련은 최저임금 인상반대와 같은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어버이연합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경련의 이런 행보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활동과 비교된다.
대한상의는 12일 충남 아산 온양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20대 국회에 협력과 소통을 통한 경제활성화와 사회통합에 성공적인 역할을 수행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20대 국회에서 좋은 결실이 있을 수 있도록 국회, 정부, 경제계, 국민 모두가 서로 소통하고 격려하고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4월 말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억대 뒷돈을 지원했다는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을 때 5월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발빠르게 16만 회원사에 자율 휴무를 권장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대한상의의 건의 이후 정부는 4월28일 국무회의에서 5월6일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전경련이 국내 ‘맏형’ 경제단체 자리를 사실상 대한상의에 내줬다는 말도 나온다.
전경련의 위상이 대한상의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공교롭게도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된 시점과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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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방문 때 동행한 경제사절단 116명 가운데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인물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었다. 두번째는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의장, 세번째가 허창수 회장이었다.
당시 전경련에서는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에 맞춰 현지 비즈니스포럼의 주최단체 따라 명단순서가 정해졌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일각에서 전경련의 위상이 이미 대한상의에 추월당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가 취임 후 첫 방문한 경제단체도 전경련이 아닌 대한상의였다.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경제계 간담회(2015년 1월 26일)와 대통령 초청 경제계 신년 인사회(2015년 1월 6일) 등의 행사는 대한상의가 도맡았다.
전경련이 재벌 대기업의 견해를 대변하는 데 비해 대한상의는 사안에 따라 재벌들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박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 필요하다면 부자 증세도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