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려도 인플레이션 완화에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금리 인상이 효과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물가 상승률이 높아진 데다 미국 경제성장률도 예상보다 빠르게 저하되고 있어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하는 일은 쉽지 않다.
미국 CNBC는 3일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정책이 이미 실패했다는 시장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를 모두 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연준이 현지시각으로 4일 마무리되는 정례회의에서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6월과 7월에도 각각 0.5%포인트씩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 안정화에 거의 효과를 못 내거나 경기 침체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두 가지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가 지속되면서 미국 증시와 경제성장률에 모두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리처드 피셔 전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NBC를 통해 “지금과 같이 손을 쓰기 어려운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방법은 공격적 긴축 통화정책뿐”이라며 “이는 경제 성장 속도를 크게 늦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연준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완화한 통화정책을 장기간 유지하는 실책을 저질렀다고 평가하고 있다.
연준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자 소비자들의 자금력이 커져 결국 가파른 물가 상승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CNBC를 통해 연준이 인플레이션 완화에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결국 경기 침체를 주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소비가 크게 위축되거나 고용시장이 악화해 근본적으로 소비 능력이 저하되지 않는다면 물가 상승은 계속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준은 그동안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하는 ‘소프트랜딩’ 실현을 목표로 두고 있었지만 결국 미국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면서 목표를 이뤄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다.
퍼거슨 전 의장은 미국 국내총생산이 2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하는 경기 침체가 2023년에 본격화될 것이라며 큰 폭의 침체기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 기준 경제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1.4%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블룸버그는 미국 3월 인플레이션이 약 40년 만에 최고치인 8.5%를 기록한 데 이어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도 충분히 남아 있다고 바라봤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정점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면 결국 경기 침체를 일으켜 강제로 인플레이션을 완화시키는 방식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았다.
앤드류 레빈 디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블룸버그를 통해 “연준이 아직 인플레이션을 두고 현실적 상황을 인식하기보다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심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리스크에 더 집중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아직 미국 집값 상승과 부동산 임대료 상승 등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갈수록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레빈 교수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방어할 책임이 있지만 이미 늦은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과 같은 기준을 유지한다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 수준까지 안정화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안정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여전히 소프트랜딩을 목표로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연준의 대응이 안일한 수준이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는 만큼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CNBC는 “연준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등 데이터를 확인하고 난 뒤에야 행동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런 뒤늦은 대응 방식보다 앞으로의 상황을 더 민감하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