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를 선보인 데 이어 이르면 2017년 고성능브랜드 N 출시를 앞두면서 성능 못지않게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의 디자인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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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18일 자동차업계에 현대차 내부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이상엽 벤틀리 외장 및 선행디자인 총괄을 상무로 영입하기로 했다.
이 상무는 6월부터 현대차에 합류해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디자인 전략을 세우고 내외장 디자인은 물론이고 색상과 소재 등 전 영역을 맡게 된다.
이 상무는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한국인 가운데 가장 두각을 드러낸 디자이너로 꼽힌다. 벤틀리 최초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벤테이가’가 그의 작품이다.
이번 영입을 두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세 번째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부회장은 평소 “디자인이 자동차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2006년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사장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 루크 통커볼케 전무를 영입하는 데도 앞장섰다.
정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 시절에 영입한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기아차의 디자인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정 부회장이 인재영입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미래를 결정지을 제네시스와 N 브랜드가 연이어 시장에 나오는 점도 정 부회장이 디자인 역량 강화에 힘쏟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지난해 말 출범시켰고 이르면 내년에 N 브랜드의 첫번째 차량을 내놓는다.
자동차업계의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디자인이 브랜드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특히 제네시스나 N처럼 새로 선보이는 브랜드일수록 디자인 정체성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기아차에 온 뒤 가장 먼저 한 일도 중구난방이라는 평가를 받던 기아차 디자인에 이른바 ‘호랑이코 그릴’을 적용해 통일성과 정체성을 부여한 일이다.
디자인 경쟁력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현대차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 임직원을 대상으로 열린 강연회의 주제도 디자인이었다.
당시 피터 스티븐스 영국왕립예술학교 초빙교수,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회사 그란스튜디오의 로위 버미쉬 CEO, 프리랜서 자동차 디자이너 사이먼 콕스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슈퍼카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동안 임직원 대상 강연회에서 주로 기업인이나 경제학자가 강연했는데 이번에 유명 슈퍼카 디자이너들을 대거 초빙한 것이다.
스티븐스 교수는 맥라렌과 로터스 등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버미쉬 CEO는 페라리의 대표작 ‘458 이탈리아’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현대차그룹의 인사에서도 디자인의 중요성이 확인된다.
2014~2016년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정기 임원승진인사에서 부사장급 이상의 이력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까지 기술 전문가가 두드러졌다면 올해 디자인 전문가의 발탁과 영입이 두드러졌다.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자동차 디자이너가 회사의 전면에 나서는 일도 잦아졌다.
르노삼성차가 SM6를 국내에 처음 공개할 당시 앤서니 로 르노삼성차 외관디자인 총괄 부사장과 성주완 르노디자인아시아 SM6 디자인프로젝트 담당이 직접 나와 디자인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GM도 최근 신형 말리부를 내놓으며 스튜어트 노리스 디자인센터 전무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도 공개석상에 자주 얼굴을 내비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인 이안 칼럼은 올해 초 한국을 방문해 재규어의 신형 XJ를 직접 소개했다.
당시 그는 “자동차 디자인은 기업을 살릴 수도 있고 망하게 할 수도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