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친환경제품 생산과 발달장애인 고용. 재생지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그레이프랩 이야기다.
그래이프랩은 노트북 거치대 외에도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다이어리, 재생지와 태양광 패널을 더해 전기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태양광 조명 등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25일 재생지를 이용해 만든 노트북 거치대를 시장에 내놔 주목을 끌고 있는 그레이프랩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레이프랩 관계자는 “친환경 소재로 만든 다양한 친환경 생활용품들을 선보이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며 "일상에서 소비자들과 함께 친환경을 실천하는 싶다"고 말했다.
그레이프랩은 재생지를 이용해 각종 생활용품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다. 사탕수수, 버려진 잡지, 가죽 부산물 등 나무를 베지 않는 비목재 소재로 만든 재생지를 주로 활용한다.
제품 생산에 있어 소재뿐 아니라 화학적 가공, 접착제 사용 등도 최소화한다. 포장재 등도 비닐과 플라스틱 대신 재생지와 천 따위를 사용한다.
세계에서 벌목되는 나무의 약 42%가 종이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사람들이 하루에 한 장씩만 종이를 덜 쓰면 약 160만 그루의 나무를 베지 않는 효과를 얻는다고 한다.
또 재생지 1톤을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602kg으로 일반용지(2540kg)의 63%이다. 생산에 소모되는 에너지도 재생지(약 6447kWh)가 일반용지(약 9671kWh)보다 적다. 무엇보다 새로 나무를 베고 숲을 해치지 않아도 된다.
그레이프랩은 재생지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면서 나무를 보호하고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해 환경보호에 기여하고자 한다.
회사이름인 그레이프랩은 포도를 뜻하는 ‘그레이프’와 실험실을 의미하는 ‘랩’을 합친 것이다. 홀로 이익을 독식하며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포도송이처럼 옆으로 함께 열매를 맺으며 성장하는 상생구조를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그레이프랩은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을 사회적 약자인 발달장애인들로 채용하면서 상생이라는 사회적가치 실현에도 힘쓰고 있다.
그레이프랩 관계자는 “전체 직원은 11명이며 이 가운데 6명의 발달장애인 분들이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직원들은 재생지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업무를 맡고 있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발달장애인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그림을 더한 제품을 만들고 이후 수익을 배분하기도 한다.
▲ 그레이프랩이 판매하는 노트북 거치대(비행기 그림). 2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그레이프랩> |
그레이프랩를 이끌고 있는 김민양 대표는 원래 방송국에서 UX디자이너로 일했다.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으로 자리를 옮겼고 나중에 카카오톡 이모티콘 기획에도 참여했다. 웹툰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후 김 대표는 4년간의 회사생활을 뒤로 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 곳에서 지속가능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생구조를 고민했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 대표는 2년간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개인작업실을 열고 발달장애인 작가와 협업한 책 거치대 상품을 내놨다. 이 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2018년 그레이프랩을 설립하고 사업을 본격화하게 됐다.
설립 1년여 만에 고용노동부의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으로부터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우수상도 수상했다. 혁신기업으로 인정받아 SK이노베이션과 현대차정몽구재단의 지원도 받았다.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