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 이상 화장지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잘라서는 안 된다.”
대나무 펄프로 화장지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헬씨티슈가 추구하는 미션이다. 헬씨티슈는 국내를 대표하는 환경친화적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도 지니고 있다.
17일 사회적기업 업계에 따르면 헬씨티슈는 친환경 제품군을 넓히고 다른 기업들의 친환경 제품을 유통하는 역할까지 맡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또 다른 업종의 친환경기업 인수 등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헬씨티슈 관계자는 “친환경 제품 개발뿐 아니라 좋은 친환경 제품들을 소개하고 유통하는 데 적극 나서려 한다”며 “친환경건설자재 기업 등 다른 업종의 친환경기업 인수를 통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헬씨티슈는 종이를 만드는 회사다.
그런데 다른 곳처럼 나무 펄프가 아닌 대나무에서 추출한 펄프로 화장지, 휴대용 티슈, 키친타월 등을 만든다. 당연히 인공적 화학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상호 헬씨티슈 대표는 원래부터 제지업계에서 일해왔다. 화장지를 만드는 업체에서 부사장까지 올랐다. 그는 석사과정을 공부하면서 사회적기업을 알게 된 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후 중국 박람회 등을 둘러보다가 밀짚에서 추출한 펄프로 만든 화장지 등 친환경제품을 접하게 됐다. 밀짚은 소각 처리 과정에서 대기오염을 야기하는 데 이를 재활용해 만든 제품이다.
이 대표는 2016년 헬씨티슈를 설립하고 국내 최초로 밀짚 펄프로 만든 화장지와 치킨타월을 선보였다. FDA(식품의약국) 규격 인증과 FSC(산림보존협회) 인증을 받았고 인공화학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밀짚 펄프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대나무 펄프로 눈을 돌리게 됐다.
헬씨티슈 관계자는 “밀짚 펄프의 높은 가격, 환율, 공급처 부족 등으로 수입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공급처가 많고 가격도 조금 낮은 대나무 펄프를 들여오게 됐다”고 말했다.
대나무는 일반 목재 펄프를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화장지 제품은 나무 펄프를 사용한다. 나무 펄프는 벌목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산림 파괴와 지구온난화 등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세계에서 해마다 약 990만 그루의 나무가 벌목되는 데 이 가운데 약 42%가 종이의 원료인 펄프를 만드는 데 이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림자원은 한 번 벌목하면 일반적으로 60여년간 재이용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반면 대나무는 목재보다 성장이 빨라 화학비료 등이 필요하지 않고 생분해도 가능하다. 일부를 잘라도 다시 빠르게 자란다. 90일 만에 최대 25m까지 자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두루마리 화장지 대신 대나무 화장지 60개를 사용하면 15년생 나무 한 그루를 살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숲을 파괴하지 않아 자연훼손이 훨씬 적다.
또 대나무 펄프 화장지는 기존 화장지보다 먼지 날림이 적어 호흡기가 예민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헬씨티슈가 판매하는 대나무 화장지. <헬씨티슈> |
헬씨티슈는 대나무 펄프로 화장지와 티슈, 생리대 등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점차 자리를 잡았다. 매출도 2017년 10억 원, 2019년 20억 원을 돌파하면서 해마다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에 코로나19로 실적이 주춤했지만 지난해 다시 20억 원대의 매출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2019년에는 환경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환경부장관 표창도 받았다.
헬씨티슈는 2021년부터 산화생분해 위생장갑과 지퍼백 등도 판매하면서 제품군을 넓혔다.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 이후 빛과 열에 의해 산화 생분해되는 것이 특징이다.
플라스틱 비닐은 분해되는 데 약 500년이 걸리고 분해시 유해독성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
반면 산화생분해 비닐은 분해되는데 15주~3년 정도가 소요되고 분해시 독성물질도 발생하지 않는다.
헬씨티슈 관계자는 “제품 개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며 환경친화적 제품들을 적극 늘려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