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내각 구성이 활발히 이뤄지는 가운데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의 거취에도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은 임기가 법률로 보장돼 있어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이 잔여 임기를 지키겠다는 뜻을 보인다면 새 정부에서는 이들을 강제로 교체하기는 힘들다.
▲ 고승범 금융위원장(왼쪽)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오른쪽). |
다만 역대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정권 교체기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사례가 많아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이 전임자들과 같은 길을 가게 될 가능성도 있다.
13일 금융권과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각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거취는 새 정부 출범 이후에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기 전에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후보자를 자유롭게 지명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임기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으로 규정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장은 당선인 신분에서 국회에 청문을 요청하는 대상이 아니다”며 “어느 정도 마무리 된 다음에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은 본인들이 원한다면 법률로 보장된 임기를 끝까지 채울 수도 있다.
고 위원장은 지난해 8월31일, 정 원장은 지난해 8월3일에 각각 취임해 임기를 겨우 7개월 남짓 넘긴 상태로 2년이나 임기가 남아 있다.
특히 정권 교체기에 새 정부가 공공기관 임원들을 교체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점도 이들의 유임 가능성을 높여준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뒤 사표를 받은 것이 문제가 돼 대법원에서 실형을 받았다.
최근 검찰은 2017년 대통령 선거 이후 환경부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일부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이들의 동의 없이 강제로 교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정권 교체 시기에 임기를 끝까지 채운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역대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은 임기가 남아 있음에도 새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스스로 사퇴하는 결정을 내렸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할 당시에도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임 위원장은 2017년 대통령 선거 전날 정부 부처 장관과 차관들이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자 함께 사표를 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설 때에도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스스로 자리를 떠났다.
김 위원장은 2013년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하며 “차기 대통령에게 짐이 되지 않기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이러한 과거 사례를 감안했을 때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이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물러나는 상황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일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례대로 사안이 진행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그와 유사한 전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