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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남반구 시대 온다, 한국기업 선택은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2-04-1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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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패러다임 시프트. 흔히 산업에 급격한 전환이 생길 때 사용되는 말이다.

최근 에너지 분야에서 패러다임 시프트가 나타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사실 좀 된 얘기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 세계의 지정학적 갈등상황이 이어지면서 다시금 친환경 에너지로 패러다임 시프트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 상황은 자원의 이동을 막는다. 에너지 자원인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 등이 자유롭게 오가지 못하면서 에너지 원료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

하지만 친환경 에너지의 에너지 원료인 물, 바람, 태양빛 등은 절대 막을 수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정말로 재생에너지는 화학에너지보다 전쟁, 지정학적 위기상황에서 더 유용할까?

반드시 그렇다고 보기는 힘들다. 재생에너지 시대를 대표하는 배터리 산업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자원인 자연에는 국경이 없지만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자원에는 국경이 있다. 

특히 배터리의 주요 원료인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은 최근 몇 년 동안 수요가 폭증했는데 딱히 대체재도 없기 때문에 몸값이 계속 치솟고 있다.

2020년 12월31일 톤당 3만2천 달러였던 코발트 가격은 올해 3월10일 톤당 8만2400 달러를 보였다. 니켈 가격 역시 같은 기간 톤당 1만6540 달러에서 4만8241달러까지 올랐다. 니켈 가격은 ‘큰손’의 선물 전쟁으로 한때 10만 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자원은 당연하게도 지구상에 골고루 분포돼 있지 않다. 석유나 천연가스와 마찬가지로,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얼마든지 자원의 무기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이런 자원은 주로 남반구에 집중돼 있다. 리튬은 칠레, 니켈은 호주와 인도네시아, 코발트는 DR콩고(콩고민주공화국), 망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많이 묻혀있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중동, 중국을 위주로 진행됐던 자원전쟁의 무대가 남반구로 옮겨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원 분쟁: 석유 가고 배터리 오고’라는 리포트에서 “화석에너지가 재생에너지로 대체되면서 필요한 원자재도 달라졌고 이에 따라 과거 원유, 천연가스 등이 무기화할 수 있는 필수적 자원이었다면 이제 광물자원이 그 자리를 대체해갈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자원을 둘러싼 분쟁이 생긴다면 중동이 아니라 남반구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배터리업체들의 사업 성패는 이런 원료들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지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계 국가들은 배터리 자원 확보 전쟁에 돌입해 있다.

중국은 현재 배터리 원료 전쟁에서 가장 앞선 나라다. 김태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와 글로벌 남반구 정치경제의 질서 변화: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와 중국-인도 간의 역내 갈등’이라는 제목의 워킹페이퍼에서 “전통적으로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는 석유자원 확보였는데 최근에 들어와 중국 정부는 코발트 구리 등 희귀 광물자원을 아프리카에서 수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심지어 콩코민주공화국 등의 국가에 부채 탕감을 해주면서까지 희귀, 필수 광물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광물 확보 전쟁에서는 중국에 비해 다소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무역협회(KITA)의 ‘미국, EU, 일본의 필수 광물질 공급망 평가’ 보고서는 “현재 필수광물 공급망의 업스트림 및 미드스트림 부분에서 미국의 입지는 매우 낮아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미국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고 동맹국과 협력을 통해 필요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밸류체인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2월에 행정명령을 내렸다. 주요 광물과 첨단배터리, 반도체, 의약품 등 4개 핵심 제품 공급체인의 취약점과 기회를 파악하기 위해 100일 동안 점검을 실시하라는 내용이었다.

점검 결과 보고서에는 이런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배터리 제조에 이용되는 모든 주요 소재를 자국에서 채굴 및 가공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으며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세계적으로 생산을 확대하고 안전한 공급을 확보하도록 노력할 수 있다. 특히 칠레와 호주로부터 대량의 리튬을 조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광해광업공단과 에너지기술평가원은 2022년 2월15일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 한국자원공학회,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함께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얼라이언스' 출범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업무협약에서는 협약기관들이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그룹을 구성하고 △핵심광물 확보전략 수립·정책 발굴 △수요기업 공급망 확보 여건 조성 △핵심광물 확보 기술 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 실질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에 무려 1조 원을 들여 아르헨티나에 리튬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또 호주의 니켈 광업, 제련 전문 회사의 지분을 2300억 원을 들여 인수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8월 호주의 AM과 니켈, 코발트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9월 중국의 니켈, 코발트 생산 및 제련 기업 그레이트파워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350억 원을 들여 지분 4.8%를 확보하기도 했다.

다음 영상에서는 우리나라 개별 기업들이 이런 배터리 원료전쟁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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